“많은 사람들이 TV, 광고, 잡지 등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을 보고 자신의 헤어 스타일을 결정해요. 하지만 자신의 두상이나, 얼굴형, 눈·코·입 배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인을 따라 하려고만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요. 고객의 얼굴과 스타일에 어울리는 헤어를 분석해 시술하다보니 어느새 ‘단발머리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더군요.”

 

김묘정(30·여) 씨는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Influencer)이자 서울 강남에 소재한 헤어숍 ‘마이오 헤어’ 원장이다. 약 50만 명의 팔로워 수를 보유한 그는 업계에서 이미 ‘단발머리 대통령’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헤어 시술 전·후 사진과 일상생활, 스타일링 노하우(Know How)를 알리며 20·30대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불우한 시절 보내며 성공 갈망 키워…피나는 노력 끝에 유명 헤어디자이너 대열에

  

서른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강남에 100평대 미용실을 하는 만큼 일각에서는 김 원장을 향해 ‘금수저’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는 철저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탓에 할머니 손에서 자라난 그는 생활고에 각종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디자인 공부를 했다. 

 

“미용업계에 발을 들인 건 뜻밖의 우연 때문이었어요. 제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일찍이 생계를 책임져야 했죠. 중학교 때부터 고깃집, 초밥집, 주유소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다 했어요. 그러던 중 한 헤어샵에서 머리 감겨주는 아르바이트를 구해 출근하게 됐어요.”

 

“출근한 헤어샵의 주 고객님은 중·장년층이었어요. 할머니 아래에서 자라난 때문인지 나이가 있는 고객님들을 보면 애착이 갔고 성심성의껏 머리를 감겨주게 됐죠. 이에 많은 고객님들이 칭찬을 해줬어요. 이때 처음으로 어떤 일에 흥미를 갖게 됐죠. 가끔 파마 세팅 등에 일손이 부족할 경우, 조금씩 도우며 배웠어요. 당시 원장님은 ‘손재주가 있다’며 칭찬해줬죠. 제가 잘 하는 일을 찾은 거예요.”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신이 흥미와 소질을 갖고 있는 분야가 미용이라는 걸 알게 된 김 원장은 미용으로 진로를 결정하고 자격증을 땄다. 고등학교 때부터 업계에 뛰어든 그는 남들 하는 만큼만 노력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고 한다. 집안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던 그는 당시 하루에 2~3시간 자며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저와 비슷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많다고 생각했어요. 남들보다 가난했던 저는 오히려 뒤처져 있다고 판단했죠. 남들 하는 것만큼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제 자신을 더 몰아세웠어요. 다른 디자이너 지망생들과 연습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저는 2~3시간씩 더 연습했죠.”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단발머리 스타일링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달려오니 어느새 디자이너가 돼 있더군요. 디자이너가 된 후에는 실력만으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마케팅을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을 했죠. 모아뒀던 돈이 없어 업체에 이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직접 마케팅을 하는 수밖에 없었죠. 여러 수단을 찾아보니 ‘블로그’가 눈에 들어와 이를 이용해 보기로 했어요.”

 

현재는 헤어디자이너의 SNS 마케팅이 하나의 유행처럼 됐지만 김 원장이 블로그 마케팅을 했을 당시만 해도 낯선 광경이었다. 김 원장은 자신을 통해 스타일을 바꾼 고객들의 전·후 사진을 공개하며 스타일링 팁을 누리꾼들에게 알렸다. 헤어 시술 전·후 사진은 누리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는 어느새 인플루언서가 됐다.

 

우울증, 대인기피증 찾아와 힘든 나날 보내…제자 생각에 극복 후 사업 성공까지

 

헤어디자이너로 제법 이름이 알려지면서 김 원장은 책 출간을 비롯해 미용 제품 개발 및 판매, 샵 운영을 하며 차츰 생활에 안정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금새 어려움이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를 믿고 따르는 제자 덕에 김 씨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으며 업계를 잠깐 떠나 있었던 적이 있어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걸렸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저를 믿어주는 이들도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를 좋아 해주는 사람들과 제자들의 응원에 힘을 낼 수 있었죠.”

 

이후 김 원장은 제자들을 데리고 헤어샵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현장을 다닌 끝에 지난해 11월 강남 역삼동에 한 주택을 얻어 ‘마이오(my-o) 헤어’를 열었다. 개인샵 개점은 김 원장의 오랜 꿈 중 하나이기도 했던 만큼, 자신의 색깔을 최대한 녹이고 싶었다고 한다. 마이오헤어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이 가득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마이오 헤어를 처음 차릴 때 빚도 많았고, 악플 등에 시달려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어요. 하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제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사업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했죠.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대로변에 자리 잡진 못하겠더라고요. 사람들 눈에 덜 띄는 곳에 샵을 차리고 싶어 역삼동 주택가를 선택했어요.”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했음에도 마이오헤어를 찾는 고객들은 늘어났고 사업은 금새 안정될 수 있었다. 제자들을 위한 1차 목표를 달성한 김 원장은 이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미용 봉사와 강연 등을 다니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오며 성공만을 보면서 달려왔어요. 그러다보니 정작 제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직 성공에 대해 말하기는 부족하지만, 저로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어요. 그저 제가 경험했던 것들과 가치를 잘 간직하고, 그것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싶을 뿐이죠. 요즘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겨서 여러 곳에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오히려 제 행복을 찾았죠.”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