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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공포가 확대되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바로 ‘포비아(Phobia)’다. 사전적 의미는 특정 물건, 환경 혹은 상황에 대해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라고 되어 있다. 이번 코로나 쇼크도 처음에는 ‘차이나 포비아’에서 출발해 ‘코리아 포비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적반하장 격으로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중국은 오명을 벗으려고 약삭빠르게 움직인다. 물 타기에 더해 이제 우리에게 떠넘기기까지 한다. 중국은 이제 한풀 꺾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을 정도다.
마침내 방역과 관련해 한국에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거드름까지 피운다. 심지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중국의 지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외교보다 방역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면서 방역보다 외교를 더 중시한 우리만 바보가 되고 말았다. 시대정신에 뒤떨어지고 낡은 이념에 치우친 아마추어 정권의 난폭 운전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한국인의 입국 금지, 입국 절차 강화 등 빗장을 걸고 있는 국가가 삽시간에 50개국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더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동시에 한국으로의 여행 제한을 하고 있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혹은 한국인이 지구촌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번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는데 더 많은 공과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초기 대응을 잘못해 사태를 키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문제를 더 키운 셈이 되었다.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엄정하고 완벽한 대응을 해 확산을 저지하게 되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굴종적인 태도와 중국인 입국 금지로 생겨날 일시적 물적 손해에 연연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고 다른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였다면 우리 정부가 아니고 남의 정부라고 규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걱정되는 것은 ‘코리아 포비아’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겨날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이다. 이의 본래 의미는 우리 기업의 주가(株價)가 유사한 수준의 외국 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곧잘 막대한 해외의존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경제적 상황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과 연결이 된다. 즉 남북 분단으로 인한 안보 위기, 격렬한 노사분규, 높은 수출 의존도 등이 불확실성을 필요 이상으로 키운다. 경제적 파이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만드는 국가에 이는 치명적이다.
이런 일들이 생겨나면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어떻게 국면을 헤쳐 나갈까 전전긍긍한다. 외국의 파트너가 한국과의 거래를 기피하고, 한국인 만나는 것을 피한다면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대될 수 있다. 만약 공급선을 한국에서 다른 곳으로 전환이라도 한다면 이를 다시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새로운 거래를 트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대내외 위기에 왜 취약한지는 주변 여건에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방역에 올인, 경제적 피해가 나올 수 있는 둑에 대한 선제적 제방이 필요
벌써부터 세계 유수 경제예측 기관들이 올 세계 경제 혹은 각국 경제 전망을 수정해 속속 발표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진원지인 중국보다 우리 경제의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를 부채질한다.
1분기 세계 경제성장률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다 연간으로도 0%대 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울하게 한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내수가 탄탄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가뜩이나 허덕이고 있는 경제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초토화되기 일보 직전이다. 우리 내부만 추슬러서 될 일이 아니고 외부까지 다독거려야 하는 이중고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와 경제적 관계가 가장 농밀하다는 베트남마저 일찍부터 한국인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반대되는 개념인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경제 부문에서 한국의 대외적인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에 따라 나타나는 선호 현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악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역으로 프리미엄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K팝에서 방탄소년단이나 할리우드 쾌거를 만들어낸 영화 기생충, LPGA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낭자 군단, 유럽이나 미국의 프로 축구 혹은 야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빅리거 등으로 인해 국격이 상승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타기도 한다.
이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직·간접적인 기여도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에 체류하는 LPGA 선수들이 서둘러 한국 체류를 줄이고 미국으로 떠난다니 씁쓰레하다. 국내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 선수들도 보따리 싸고 떠나는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이태리의 골프 선수들도 유러피언 투어에 참여하지 못하고 격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프리미엄을 얻기는 어렵지만 까먹는 것은 시간문제다.
변명의 여지없이 이번에도 정부가 오판했다. 현 정권 들어서 지난 3년간 불안감이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 마치 유리 천장 위를 걷는 기분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 결국 이런 것인가 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그렇게 떠들던 북한과의 화해나 핵 동결 협상도 꼬리를 감춘 지 오래다. ‘3불(不) 합의’까지 해주면서 중국에 공을 들였지만 돌아온 것은 그들의 보복과 무시의 연속이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우리를 낮은 수준의 동맹국으로 지위를 격하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 지난 70년간 피와 땀으로 이룩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국민적 힘으로 이를 극복해내야 한다. 무너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단기적인 피해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더 큰 미래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지혜와 용기를 모을 때다. 방역에 올인하면서 다른 한 채널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전이되지 않게 비상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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