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부활, 바이든 슈퍼화요일 10개주 승리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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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성향 후보의 사퇴·지지 효과…샌더스 대세론 한풀 꺾여

정동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05 16:41:48

▲ 3일(현지시간) LA에서 슈퍼 화요일 경선 승리를 확정지으며 연설하는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14개 주 중 10개 주 승리를 확정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도 성향 후보들이 후보 사퇴와 함께 바이든 지지를 표명한 효과를 제대로 얻으면서 강력한 라이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대세론을 잠재웠다. 이날 승리로 바이든이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은 670명(뉴욕타임스 추산)이다. 샌더스는 589명으로 바이든보다 현재 81명 적은 수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민주당 경선 초반 때만 하더라도 연이어 부진의 늪을 거듭하며 위기를 겪기도 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1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흑인들의 열렬한 지지가 바탕이 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3일 (현지시간) 슈퍼화요일 경선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텍사스·버지니아 등 10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고 샌더스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버몬트 주 등 4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스카이데일리

14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실시된 이번 슈퍼 화요일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지역은 텍사스·버지니아·오클라호마·노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테네시·아칸소 등 미국 남부 7개 주와 매사추세츠·메인·미네소타 등 동·중부 3개주에서 승리했다. 흑인 유권자들이 많은 남부지역과 중서부까지 승리하면서 바이든의 넓어진 지지 기반이 확인됐다. 바이든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것이 흑인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이날 밤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자신을 지지선언하고 사퇴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 주 상원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클로버샤 덕분에 미네소타에서 승리하게 됐고 지지해준 베토 오루크 덕분에 텍사스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피트 부티지지 시장의 지지 또한 엄청나게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편 샌더스 상원의원은 대의원이 가장 많이 걸린 서부 캘리포니아 주(415명)와 자신의 텃밭인 버몬트, 콜로라도·유타 등 4곳에서 승리했다. 샌더스는 라틴계와 백인,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샌더스는 슈퍼화요일에서 대승한 바이든 전 부통령 중심의 중도 결집을 경계하기도 했다. 샌더스는 경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선거운동본부에서 “조 (바이든)는 내가 수년 간 알아온 사람이다. 나는 조를 좋아한다”면서도 “그와 나는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매우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의 판세가 바이든 전 부통령 중심의 중도 진영과 샌더스 의원 중심의 진보 진영 간 당내 세 대결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샌더스는 이 상황에 대해 “이 선거운동은 갈수록 당신이 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가 되어간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그간 정치 행보에 대해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거론하며 “조는 중서부 노동조합원들에게 자신이 왜 처참한 무역협정을 지지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NAFTA는 1994년 발효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위한 합의이며 샌더스 의원은 이 합의로 인해 미국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샌더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의료보험 관점에 대한 비판도 했다. 의료보험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진영이 양분되는 대표적인 의제 중 하나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점진적 의료보장 확대 정책인 오바마케어 확대를 적극 지지하는 반면, 샌더스 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급진적인 정부 중심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도입을 주장했다.

샌더스는 “미국이 왜 지구상에서 전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보장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인지를 얘기하자”며 “일하는 가족들과 중산층 그리고 저소득 국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변화를 기업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이 이 나라에 실현할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바이든은 10개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자신의 자존심을 완전히 회복하는데 성공했고 최근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중도 표심이 결집하게 되면서 이른바 반(反)샌더스 연합이 구축되게 됐다.

진보 표심은 샌더스 쪽으로 쏠려있긴 하지만 다른 진보 주자인 워런 의원이 경선을 치르면서 적지 않은 표를 얻고 있다. 바이든의 역전으로 바이든·샌더스 두 후보의 양강 구도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10일, 14일, 17일까지 이어지는 경선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정동현 기자 dhjeo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