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요일과 마녀사냥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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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요일과 마녀사냥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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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13 00:23:29

오늘은 13일 금요일이다.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이에 미리 대비해 무사히 이 날을 넘겨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다. ‘13일 금요일’이라는 일종의 불길한 미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일단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나름 정당화하기도 한다.

13이라는 숫자와 금요일이라는 날이 겹쳐서 불길함을 나타내게 된 근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중 가장 많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한 날이 금요일이라는 가설을 토대로 서양에서 금요일을 불운의 날로 보는 것은 예수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또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대홍수와 바벨탑에서 언어의 혼란이 일어난 사건 등이 금요일에 발생했다는 주장을 하는 역사학자들도 있다고 한다.

13이라는 숫자의 유래에 관해서는 다양한 출처가 있으나 역시 기독교와 관련해서 많이 알려져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되기 전날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 제자 12명과 예수를 포함해 13명이 있었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그 중 13번째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13이라는 숫자와 금요일이 겹쳐져 ‘13일의 금요일’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된 것은 19세기에 와서 생긴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문헌에 따르면 ‘13일의 금요일’에 관해 처음 언급한 것은 1869년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의 전기를 쓴 영국의 작가 헨리 에드워즈 서덜랜드였다.

서덜랜드에 따르면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밝고 유쾌한 오페라를 작곡한 로시니는 늘 금요일을 불운한 요일이라고 생각했고 13이라는 숫자도 불운하다며 평소 기피했다. 그런 로시니가 사망한 날이 13일 금요일이라는 사실에 서덜랜드는 주목했다.

20세기 들어서 몇 가지 불행한 사건들이 13일 금요일에 발생한 것도 이 미신에 솔깃하게 만든다. 영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9월 독일군이 버킹엄궁에 포격을 가했는데 이 날이 13일 금요일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또 1970년 11월 방글라데시를 강타해 수 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볼라 사이클론도 13일 금요일로 기록됐다.

1972년 10월 13일 금요일에는 우르과이의 아마추어 럭비팀이 탄 전세기가 안데스 산맥을 넘다가 추락했다. 45명의 탑승자 중 16명이 살아남았다. 이들은 후에 죽은 승객의 시신을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1993년 영화 ‘얼라이브(Alive)’로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13일 금요일은 과연 불운이 겹치는 날일까? 사실 전 세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여러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6·25전쟁은 25일 일요일에 발발했다. 제 1차 세계대전은 1914년 7월 28일에 일어났고 제 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에 일어났다. 또 잘 알다시피 9·11 테러는 11일이다. 더 나열하지 않아도 13일을 불행한 사건과 연결시키는 건 근거 없어 보인다.

또 누군가한테는 불행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행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실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공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니 13일 금요일이 보편적으로 불행과 불운을 가져오는 날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이 미신을 사람들이 여전히 입에 올리는 것은 인간이 그 이유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세상의 일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한 방편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어떤 현상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 우리는 ‘13일 금요일’이라는 미신적 개념으로 스스로를 납득시키고자 한다. ‘13일 금요일’과 같이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것으로는 ‘마녀사냥’을 들 수 있다.

마녀사냥 혹은 마녀재판은 중세부터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 등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마녀로 몰린 사람들에 대한 재판과 형벌을 가리킨다. 마녀사냥의 대상은 주로 여성, 유대인, 동성애자 등 공동체에서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들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비이성적인 처단을 전체주의와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보고 있다. 백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잔 다르크도 마녀재판을 받고 처형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코로나·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우한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종교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 후 11일에는 종교지도자들과 대화를 가진 후 마스크 작용 등을 전제로 종교집회를 조건부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우한코로나 사태가 엄중하다고는 하지만 도지사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에 함부로 조건부를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밀집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종교집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 하는 불특정 대다수 사람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 말이 없는가. 모든 국민들이 염려하고 있는 이 시국에 특정 집단을 거론하는 것은 자칫 마녀사냥으로 비칠 수 있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