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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가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 미국 등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이른바 ‘팬데믹(Pandemic,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초만 하더라도 아시아 황색인종을 바이러스의 숙주로 여기는 경계와 조롱이 난무했지만 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유럽 전역이 졸지에 공포의 도가니로 바뀌고 있다. 거꾸로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유럽인들이 입국 금지나 제한을 받는 현상들까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요즘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다. 이럴 때 자칫 언행의 실수라도 하게 되면 치명적인 상처가 되어 되돌아온다. 또 하나 밝혀지고 있는 것은 초기 방역에 실패한 국가들이 엄청난 피해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과의 지나친 정치·경제적 이해에 집착한 결과물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와 이란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이탈리아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중국 시장에 대한 소비재 공급기지이다. 이란은 최근 미국과의 불협화음으로 중국에 지나치게 경사되어 있다.
일부 국가들의 안일한 대응이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참사의 원인 제공을 하고 있는 셈이다. 1998년 아시아발(發) IMF 금융위기,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이어 12년 만에 중국발(發)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번 상황은 지난 두 번의 사태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는 경고가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다.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마비되는 완벽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rom)’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금융 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연이어 실물 경제의 올 스톱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는 ‘코로나 발작’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언제 수습될지도 모른다는 불투명성과 추락하는 경제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중국을 위시한 세계의 공장들이 멈춰서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오가는 출장길이 막히는 등 설상가상이다. 세계 유수 경제 예측 기관들은 줄줄이 성장 전망치를 낮춘다. 과거와는 완전히 딴판의 충격파에 세계가 한숨을 쉬고 있다.
마침내 세계 각국이 바이러스 경제 도미노 현상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컨틴전시 플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공통적인 현상은 금리 인하와 감세, 그리고 극적 경기 부양책이다. 시중에 자금을 돌게 하고, 어려움에 처한 기업 지원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춘다.
특징적인 것은 돈을 풀더라도 선순환 기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도 18조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지만, 저금리의 중소기업 대출, 자영업자에 대한 이자 자금 지원에 우선순위를 둔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각각 17조원과 10조원의 자금을 수혈한다. 공통적으로 경기침체와 실업급증에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의 도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다. 상황의 진척도에 따라 이들의 수위도 높아지겠지만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다. 이들은 지난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해 어떻게 하는 것이 위기 극복에 근원적인 것인지를 흔들림 없이 견지한다. 왜 그들이 선진국이고, 정치적인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지금보다 더한 광풍 각오해야,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일방이 아닌 모두에게 공평하다
다시 눈을 돌려 우리 내부를 보면 숨통이 터진다. 공교롭게 내달 총선과 맞물려 정치와 방역·경제가 따로 논다. 정치권은 배지 달기 싸움으로 오합지졸의 구태(舊態)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정부는 우왕좌왕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마스크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 연일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아사 직전에 이른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지원책에 목을 건다.
이 와중에도 얼빠진 지방 정부 수장들은 전 국민에게 재난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하자는 황당무계한 궤변을 쏟아낸다. 그들의 눈엔 표를 주는 유권자와 대권가도만 보이는 것인가. 머리에 든 지식이 고작 그것 밖에 없는지 이런 사람들이 국가의 지도자라는 것이 낯부끄럽다. 세계 각국이 하고 있는 경기 부양책과는 정반대인 역주행에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한다. 말을 듣지 않는 경제 관료의 옷을 벗기겠다는 으름장까지 놓는다. 그들의 눈엔 국가와 미래는 보이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 정권 연장만 있다. 국가를 망하게 하는 포퓰리즘의 망각에서 언제 벗어날지 이제는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상을 보자. 우선 공장이 멈춰서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고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3국 경제가 서플라이 체인으로 묶여 있으니 한쪽이 돌아가지 않으면 다른 쪽에도 제동이 걸린다.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 등 IT·전자, 석유화학, 조선, 일반 소비재 등이 비슷한 상황으로 줄을 잇는다. 주력 수출 대상국의 경제가 휘청거리는데 더해 ‘Made in Korea’와의 교역을 꺼리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대 교역국이 모두 막혔다. 내수는 더 점입가경이다. 서비스 산업은 꽁꽁 얼어붙었다. 사람이 왕래하지 않으니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는다.
IMF 때의 위기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경제적 쇼크가 우리 앞에 현실로 목격되고 있다. 당장 1〜2개월이 문제가 아니라 1년, 더 나아가 경제 펀드멘탈이 폭삭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상황 인식이 어느 수준에 가 있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행정 총괄 사령탑이 대구에 가 있거나, 경제 사령탑이 당이나 국회에 가서 질타나 받고 있을 시기인지 납득이 안 간다.
지난 3년 동안 친(親)노동·반(反)시장이라는 정치 포퓰리즘으로 겨우 연명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공급 측면의 경제는 이미 바닥으로 향하는 중이다. 이 와중에 코로나가 닥쳐 더 이상 헤어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다시 어설픈 돈 퍼주기 일색의 비(非)생산적인 경기 부양책을 남발한다면 끝장을 예약하고 있는 것과 진배없다.
지난 3년의 역(逆)주행에도 모자라 이 판국에 다시 이런 논리로 경제를 다루면 경제 기반이 붕괴되면서 실업자는 속출한다. 노숙자를 양산하고 거리에 동냥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경제롤 모르면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식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간다. 안타깝게도 정권의 주변에는 진정한 경제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 방역과 경제가 따로 논다. 위기가 더 크게, 그리고 엄중하게 몰아칠 태세다. 이런 경제 위기를 한번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주변에만 있던 인사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나라로 핸들을 잡고 몰고 가는 것이 불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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