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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왕릉비 비문기록에 왜(倭)는 9~10번 나온다. 왜가 비문기록의 핵심이다. 이는 당시 고구려가 왜를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인식한 증거이다. 비문기록은 독특한 편집원칙이 있다. 전쟁의 명분과 결과를 명확히 구분한다. 예를 들어 ‘○○가 △△을 하여(명분) 광개토왕이 ○○를 정벌한다(결과)’는 식의 구성이다. 고구려의 천하지배관이 반영된 서술형식이다.
광개토왕의 정복사업 중에 가장 많이 지면을 할애한 공략대상이 있다. ‘영락6년(396년) 잔국(殘國) 정벌’이다. 광개토왕이 한반도 서남부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병신년(396년) 대원정’이다. 이 결과로 잔국(백제 포함)의 58성 600촌이 광개토왕의 말발굽 아래 떨어지며 사실상 한반도 전체가 광개토왕의 실질 지배를 받는다.
‘신묘년 기사’에 등장하는 왜(倭)
광개토왕이 잔국을 정벌한 ‘병신년 대원정’의 명분이다. 광개토왕릉비 기록이다. ‘百殘新羅舊是屬民由來朝貢而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新羅以爲臣民 - 백잔(百殘)과 신라는 옛적부터 속민(屬民)으로서 조공을 바쳐왔다. 왜가 신묘년(391년)에 바다를 건너와 백잔, □□, 신라를 파(破)하고 신민(臣民)으로 삼았다.’
전쟁 명분은 왜의 잘못된 행위이다. 다시 말해 고구려의 속민인 백제와 신라를 왜가 신묘년(391년)에 등장하여 신민으로 삼은 까닭에 광개토왕이 직접 나서 이를 징벌한다. 참고로 속민(屬民)은 과거 동족(同族) 관계이나 현재는 분리되어 있는 나라나 집단이며, 신민(臣民)은 현재 예속의사를 밝힌 나라나 집단을 가리킨다.
이는 당시 한반도 국가들의 역학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약소국인 백제와 신라를 사이에 두고 강대국인 고구려와 왜(잔국)가 서로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충돌한다.
특히 왜가 신묘년(391년)에 바다를 건너와 백잔, □□, 신라를 파한 기록을 ‘신묘년 기사’라고 한다. 일제가 처음 광개토왕릉비 탁본을 입수하고 이를 쌍구가묵본으로 만들어 공개한 내용의 핵심이다. 이를 근거로 일제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쪽지방을 점령하여 통치했다는 소위 ‘임나일본부설’을 만들어 우리 고대사를 난도질하며 일제강점(한국병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기록이 <고구려사략>에 나온다. ‘8년(391년) 4월, 이때 왜가 가라에 침입하고 백제의 남쪽에 이르렀다.[八年辛卯四月時倭侵加羅至濟南]’ 이를 통해 비문의 결자 ‘□□’는 ‘가라(加羅)’임이 확인된다. 다만 비문에 언급된 신라는 <고구려사략>에서 제외된다. 특히 <고구려사략>은 비문의 ‘도해파(渡海破)’를 ‘침(侵)’으로만 표기한다.
참고로 ‘건너다’는 뜻을 가진 한자는 ‘渡’(건널 도)와 ‘濟’(건널 제)가 있다. ‘渡’는 강이나 하천 등 소규모의 물을 건널 때 사용하지만(渡江, 渡河), ‘濟’는 바다와 같은 대규모의 물을 건널 때 사용한다(濟海). 따라서 한자의 용례로만 본다면 왜는 일본열도에서 바다를 건너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내의 어떤 강을 건널 수도 있고 또한 한반도 남해 연안을 따라 건너갈 수도 있다. 따라서 ‘도해파(渡海破)’의 대상을 일본열도의 왜로 고정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당시 왜는 한반도에 존재한다. 왜는 누구일까.
‘병신년 대원정’의 잔국과 왜는 동일한 존재
신묘년의 왜의 잘못된 행위는 5년 후인 ‘병신년 대원정’의 결과로 이어진다. 《광개토왕릉비》 기록이다. ‘六年丙申王躬率水軍討伐殘國軍□□ 首攻取壹八城 … 而殘主因逼獻□ 男女生口一千人細布千匹 跪王自誓 從今以後 永爲奴客 … 於是取五十八城村七百將殘主弟幷大臣十人旋師還都 - 6년병신(396년) 왕이 친히 수군을 이끌고 잔국(殘國)을 토벌하였다. 이에 앞서 18성을 공취하였다. …(40성 나열)… 이에 잔주(殘主)는 곤핍해져 남녀 1천명과 세포 1천필을 바치고 금후로 영원히 노객(老客)이 되겠다고 맹세하였다. … 이때에 58성 700촌을 취하고 잔주(殘主) 동생과 대신 10명을 데리고 도성으로 돌아왔다.’
광개토왕은 친히 수군을 이끌고 충청도 어느 해안가에 상륙하여 잔국을 토벌한다. 이때 미리(首) 공취한 백제 18성과 잔국 40성 등 도합 58성 600촌이 광개토왕에 의해 정벌된다. 잔국 40성은 결자(缺字-깨진 글자)가 적잖이 나오나 주로 충청도와 경기도 남부에 소재한 성들로 비정한다. 특히 <태백일사>에는 이때 광개토왕이 정벌한 지역이 충청도에 소재한 성들이며 귀국 길에 속리산에 올라 제사를 지낸 내용도 나온다. [路次俗離山期早朝祭天以環]
그런데 전쟁결과에서는 전쟁명분의 ‘신묘년 기사’에 나오는 왜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잔국이 토벌된다. 왜가 바로 잔국이다. 광개토왕이 공취한 40성이 소재한 잔국(殘國)이다. 한반도 충청도 지방을 장악하고 있던 왜이다. 이어 광개토왕은 잔국 토벌을 완료하고 북상하여 백제(백잔)마저 공격한다. 그리고 남녀 1천명과 세포 1천필의 전리품을 챙기며 백제 아신왕(17대)으로부터 ‘노객맹세’를 받는다. 또한 왕의 동생과 대신 10명을 인질로 삼는다.
광개토왕의 ‘병신년 대원정’은 <고구려사략>에도 나온다. ‘6년(396년) 3월 상이 몸소 수군을 이끌고 대방(帶方)과 제(濟-백제)를 토벌하여 10여 성을 떨어뜨리고 그 동생을 인질로 잡아 돌아왔다.[六年丙申三月躬率水軍討帶方及濟下十餘城質其弟而歸]’비문기록과의 차이점은 잔국(왜) 정벌부분은 빠지고 귀국길의 백제 상황만을 전한다.
<광개토왕릉비>의 왜는 한반도 부여기마족
광개토왕이 정벌한 왜는 일본열도의 왜가 아니다. 한반도의 왜이다. 광개토왕이 한반도 서남부지방을 장악하고 있던 부여백제(부여기마족)이다. 이들 한반도 부여기마족은 ‘병신년 대원정’에서 광개토왕에게 처참히 깨져 급히 한반도를 떠나 일본열도로 망명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397년 일본 고대국가 야마토(大倭)로 재탄생한다. 그래서 비문은 전쟁명분에는 이후의 왜로 표기하고 전쟁결과에는 당시의 잔국으로 표기한다. 잔국은 일본열도의 왜가 성립되기 이전의 한반도 부여기마족이다.
특히 전쟁명분인 ‘신묘년 기사’의 해석은 당시의 한반도 부여기마족을 이후의 일본열도 왜로 잘못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우리 역사에 채운 족쇄가 아니다. 우리 역사가 일본에 채운 족쇄이다. 일본은 ‘신묘년 기사’로 인해 만세일계 천왕가의 기원이 한반도라는 사실을 자신들도 모르게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광개토왕릉비>의 왜는 일본열도로 망명한 한반도 부여기마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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