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美 제로금리…파격 금리인하 필요성 대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거시경제

한은 기준금리 인하 뒷북 비판…“50bp 이상 금리인하 해도 효과 제한적”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16 14:18:47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가운데 50bp 이상의 금리인하 조치가 나와야 경기부양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한코로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로 ‘제로(0)금리’를 도입했다. 자연스레 한국은행(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임박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50bp(1%=100bp) 이상의 금리인하 조치가 나와야 경기부양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미 연준이 현지시간으로 15일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내렸다. 이른바 ‘제로금리’를 도입한 것이다. 미 연준은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데 이어 이날 다시 1%p의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연준은 1994년 이후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사이에 별도로 2차례 금리를 내린 적은 없었다.

우한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경제적 피해가 커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많아진다. 투자나 소비 등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미 연준의 ‘빅컷(50bp 이상)’ 금리인하에 따라 한은도 금리인하 시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경제도 우한코로나 사태로 큰 피해와 마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경제는 지난해부터 장기적인 경기침체기를 걸어왔다. 비단 우한코로나 확산뿐만이 아니더라도 금리를 인하할 근거는 충분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인하를 쉽게 단행하지 못한 건 그간 미 연준이 금리를 낮추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을수록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으로썬 미국의 금리흐름을 살펴보고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한은 기준금리는 연준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였다.

또 금리 인하로 대출이 쉬워지고 시중에 자금이 많아질 경우 그 자금이 소비나 투자 대신 부동산 등에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최후의 최후까지 미루는 이유로 해석된다.

이렇다보니 미국의 제로금리 도입은 한은의 금리인하 속도를 높여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우한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크게 나빠진 점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앞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낮춰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스레 금융업계 안팎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시선은 금리인하 시기에 집중된다. 한은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이후 금통위원들은 협의회를 갖고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을 포함해 한은의 정책 방향에 대해 협의한 바가 있다”며 “금통위원들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임시 금통위는 의장이나 금통위원 2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열린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쳤던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08년 10월 기준금리를 75bp 인하했다. 2001년 9월에도 50bp 내린 바 있다.

이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하 폭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0.5%p 이상의 금리인하가 단행돼야 경기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 이하의 금리인하 조치는 시장의 경기부진의 신호만 보낼 뿐 경기부양엔 효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50bp 이상의 금리인하 조차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금리를 낮춰야 할 정도로 경기가 나쁜 상태였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리 조정 필요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며 “앞선 금통위 등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못했던 건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전인데다 외환시장 불안, 부동산 문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대폭 내렸기 때문에 한은의 금리조정 여력이 생겼다”며 “다만 임시 금통위를 통해 50bp 이상의 금리인하 조치를 내려야지 25bp 이하의 금리인하 조치는 경기부진의 신호만 줄 뿐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50bp 이상의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경기부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저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며 “현 상황서 경기부양책은 감염확산통제가 끝난 상황에 나와야 효과적인데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