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배터리 전쟁…美 ITC 판결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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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SK이노, 고의적 증거인멸”…SK이노 패소 확정시 영업손실 불가피

이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3-23 15:41:19

▲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간 배터리 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이 LG화학의 손을 들어 주는 조기패소 판결문을 공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LG트윈타워 SK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간 배터리 전쟁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 주는 조기패소 판결문을 공개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 전지 영업비밀·특허 침해 소송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21일(현지시간) 공개한 판결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 및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정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다”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ITC는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인지한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LG화학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LG화학의 소송 진행에 피해를 준 것은 물론 판사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기패소 결정은 단순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며 유사 소송의 전례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예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ITC는 내달 17일까지 의의 신청을 검토 여부를 결정한다.

ITC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여 검토 절차를 진행할 경우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저작권 침해 제재 규정) 위반 여부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구제조치 △공탁금 등을 최종 결정한다.

이번 조기패소판결을 포함해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에 대해 소송 당사자는 ITC위원회에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ITC의 조기패소 판결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ITC의 최종결정에서 예비결정 내용이 바뀐 적은 수십년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전무했기 때문이다. 또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된 경우는 90%에 이른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ITC의 최종 결정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LG화학과의 원만한 합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10월까지 양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셀과 모듈 등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022년 양산을 목표로 2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양산 계획 차질과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예비 결정 이후 “LG화학과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반면 LG화학은 협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과 공개사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해 왔다. 이중 배상금액 산정에 대해 양측 간 합의점 모색도 쉽지 않은 데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수년 간의 탈취 내용 및 광범위한 증거자료 삭제가 드러나 전체 피해규모를 산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지영 기자 jy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