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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화손해보험이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해 관련 소송을 전부 취하하고 앞으로도 구상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보험사의 무차별 소송으로 인해 굳이 초등학생이 아니더라도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화손보가 소비자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지급과 관련한 소송 현황만 살펴봐도 이러한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화손보가 소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전부 패소한 비율은 17.78%로 MG손보(44%)의 뒤를 이어 손보업계 2위다. 전부 패소율이 높다는 건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보험금 청구·지급 소송에서 한화손보의 전부 패소율이 MG손보보단 낮다고 해서 한화손보의 면죄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규모면에선 한화손보를 향한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MG손보는 자산 규모가 3.7조원에 불과한 중소 손보사인 반면 한화손보는 자산 규모만 18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손보사다. 가입자 수에서부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물론 한화손보가 소비자를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남발해 전부 패소하더라도 이는 모두 정당한 법적 절차의 일환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소송 자체가 두렵고 생소한 일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혹시라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면 소송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적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화손보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강 대표가 사과문에서 언급했 듯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 단지 소송 상대가 사실상 고아인 초등학생이라는 점이 평소와 달랐을 뿐이다. 사실상 초등학생이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또 다른 피해자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화손보가 높은 전부 패소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소송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실적 부진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한화손보는 2014년 이후 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올해 취임한 강 대표 입장에선 어떻게든 한화손보의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임무를 떠안고 있다.
강 대표는 과거 한화손보의 실적이 급성장하던 시기인 2016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화손보 재무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한화손보의 외형성장을 견인한 주축 멤버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강 대표가 과거 재무담당 임원에 오른 시기부터 한화손보의 전부 패소율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6.06%에 불과했던 보험금 청구·지급 관련 소송 전부패소율은 강 대표가 재무담당 임원에 오른 이후인 2016년 하반기 들어 12.37%를 기록하며 두자릿수가 됐다. 2017년 상반기엔 전부패소율이 19.09%로 2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덕분에 한화손보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정도경영과 신뢰가 생명인 보험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 대표가 실적 개선에만 몰두한 나머지 소비자 보호는 등한시 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이번 초등생 소송뿐 아니라 보험금 지금 관련 소송 패소율 등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이념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재계에서도 의리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 회장은 사업보국의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신용과 의리를 무던히 강조해 왔다.
김 회장이 지난 2011년 내세운 ‘함께 멀리’는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상생 구호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기업의 자부심은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숫자만이 아닌 사회의 신뢰를 얻는데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세 달여 만에 김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한화그룹의 상생과 동반성장이 무색해졌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단 사실을 잊은 건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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