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그늘에 가려진 안타까운 희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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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4-06 00:02:09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초순,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던 일이 있었다. 대구에서 확진자를 접촉해 자가격리자가 됐고 이후 원인불명의 이상증상을 겪으며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확진자가 아니고 자가격리자라는 이유로 치료는커녕 병원이나 응급실조차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의 내용은 작성자의 주장으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코로나의 확산과 확진자에만 집중하던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확진자가 아닌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모두가 코로나 확산세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이, 그 이면에서 생기는 다른 부작용과 희생들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이 준비된 것인지, 대책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쏟아졌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글 하나가 코로나 이면의 희생과 고통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대구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면서 전국은 공포에 휩싸였었다. 대구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진원지로 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지목되고 신도나 시설들을 숨기려 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 그 와중에 몰지각한 행동으로 확산세를 부추긴 이들의 행동들이 드러나면서 이들을 둘러싼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분노를 형성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생겨난 갈 곳 없는 분노가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사이비 종교 단체인 탓에 더욱 여러 의심과 의혹의 대상이 됐다. 특정 단체의 사례를 제하더라도, 일부 사람들은 확진자의 동선을 보고 이런저런 추측을 이어갔고, 결국 코로나로 고통받는 확진자들은 근거 없는 의심과 조롱의 대상까지 되며 두 번 고통받아야 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 확진 폭증으로 의료시스템이 마비된 탓에 확진을 받고도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확진자들도 이런 상황인데, 코로나 확진자가 아닌, 단순 자가격리자들은 어떤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을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대구 17세 소년의 사연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였다. 유족들은 그가 열이 높아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토로했다. 그의 사망 원인을 두고는 의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이 사태 가운데 방치되어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여러 부작용과 인권적인 논란까지도 감수해 가며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코로나 확산 방지에 모든 의료시스템을 집중시켰던 것은 이 코로나 사태를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사태는 장기전으로 돌아섰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언제까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만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코로나 확진자가 아닌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자가격리 판정을 받고서 사람들을 접하지 못하게 된, 지병이 있는 환자들과 홀로 거동이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일반 환자들, 가족의 장례조차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이상 누군가가 이 사각지대에 놓여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확산세를 막기 위해 이뤄졌던 동선 공개 방식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실 확진자 개인을 특정해 동선을 일일이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 확진자를 특정하지 않고 방문 장소와 시점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단지 당시에는 상황이 급박해 이후의 부작용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변명이 된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런 지적은 이미 정치권에서도 나온 상태다.

그렇기에 코로나 사태가 단기적인 상황을 넘어선 지금, 부작용과 희생을 야기하는 이런 여러 가지 기존 대처 방식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코로나 사태를 단기간에 종식시키기 위함이라는 명분이 사라져 버린 지금, 사태 조기 종식이라는 목전의 목표에 가려져 우리가 외면해 왔던 이면의 희생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부디 더 이상은 이러한 상황들에 짓눌려 누군가가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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