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성길 잠적 뒤엔 김한솔 도운 ‘자유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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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 타도 목적의 반북단체...北 감시 피해 ‘탈북’ 도와

장경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4-07 19:37:38

▲ 사진은 지난 2018년 3월 20일 조성길(오른쪽 두 번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8년 11월 이탈리아 주재 북한 최고 외교관인 조성길 대사대리가 잠적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기반을 둔 반(反)북한단체 ‘자유조선’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 잠적의 배후에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으로 활동하는 자유조선이라는 비밀단체가 있었다고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018년 11월 어느 날 아침 조 전 대사대리는 부인과 함께 산책하러 간다고 말하고는 대사관 영내를 빠져나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동차를 타고 간 후 소식이 끊겼다. 이 자동차는 자유조선이 준비한 차량으로 알려졌다.

자유조선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둔 반북단체다. 지난 10년간 북한 김정은 체제 붕괴를 목적으로 활동해왔다. 이 단체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후 그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도움을 줬으며 지난해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현재 밝혀지지 않은 한 서방국가에서 은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WSJ는 자유조선의 활동은 김정은 정권의 조작된 안정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등 북한 내부에서 경종을 울려왔다고 전했다. 또 이로 인해 북한이 자유조선의 핵심 멤버들을 암살하려는 작전을 전개해 왔다고 미국 정보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자유 조선이 북한 외교관에 수차례 접근을 시도하자, 북한은 지난해 여름 해외 주재원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강연을 듣도록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WSJ는 특히 이번 기사에서 자유조선에서 활동하는 전 인권운동가 애드리안 홍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예일대 출신의 홍 씨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뉘고 있는데, 그 하나는 그가 “좋은 일 보다는 해를 끼치는 위험을 감행하는 범죄자”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혹독한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상반된 평가다.

자유조선이라는 단체는 김정은 정권이 붕괴된 후 대안정부를 구상하는 작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조선 활동은 지난해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 이후 잠잠한 상태다. 홍 씨를 비롯한 자유조선 회원들은 습격사건과 관련된 범죄행위로 인해 체포될 경우 스페인으로 송환된다.

WSJ는 “북한 내부에서 체제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북한의 시민들은 겹겹이 감시를 받고 있으며 반대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강제 수용소로 보내진다”고 보도하면서 이런 내부 반발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조선 같은 탈북자와 프리랜서들이 개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유조선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 단체가 외국 정부에 북한의 핵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WSJ는 덧붙였다.

미국의 한 관계자는 “홍 씨가 수백명의 북한인들의 탈북을 도왔다”며 “자유조선은 미국 정부의 자금이나 지휘를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경희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장경희 기자 ghjang@skyedia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