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경쟁 선거판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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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경쟁 선거판은 멈춰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4-10 00:02:38

목소리만 우렁찬 선거판이다. 한쪽에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 하니 다른 한쪽에서도 지원금 지원을 약속한다. 몇 주 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입장 번복에 따른 논리는 부실하다. 지급 규모는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나 지급 방법은 추상적이다. 재원 마련 방안도 요원하다. 앞뒤가 맞지 않으니 포퓰리즘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공수표도 남발된다. 다들 지역구에 열차 노선을 끌어오고 역을 신설하겠단다. 아예 새로운 노선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후보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국가단위 국토계획을 세웠다. 후보의 공약은 국가 계획에 배치된다. 계획에 어긋나니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당선되면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떻게’에 대한 답은 없다. 일단 자신을 뽑아 놓고 보라는 건가.

정부는 진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획했다. 소득하위 70%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9조1000억원의 재원이 소모된다. 각 정당은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1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계획안에 따른 재원 마련에도 많은 잡음이 발생한다. 더 큰 돈을 쓰겠다는 정당들의 계획에서 재원마련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한 곳을 신설하는 데는 1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쓰인다. 신설 후에도 운영·관리 등에 세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역이라면 부담은 더 커진다. 국가계획에서 빠진 정차역에 경제성이 뒷받침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넘었다. 당연히 사상 최대치다. 국가부채는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 등을 합친 것이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는 50조원 늘었다. 누적 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30조원에 육박한다. 국가부채는 훗날 국민이 혈세로 갚아야 한다.

통합재정수지도 12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이후 최대 폭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재정수입과 지출의 차이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건 2015년 이후 4년만이다.

재정건전성엔 비상등이 켜졌다. 합리적인 운용이 강조된다. 세금을 많이 걷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난해엔 경기가 침체됐다. 올해 경기는 전년보다 더 나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극성이다. 그러니 세금을 많이 걷기는 힘들다. 방법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총선 공약엔 너도나도 쓰겠다는 공약뿐이다. 지역구 주민들을 생각한 깊은 뜻인지, 국가 위기보다 본인의 당선이 급하다는 생각인지는 알 수가 없다.

4·15 총선을 앞두고 수많은 정당들이 탄생했다. 비례대표에 나선 정당만 35곳이다. 유권자들은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곳이 많으니 계획성 없는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전문성도 없다. 그러면서 표는 달라고 한다. 국가 운영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2020년 들어 대한민국은 전에 없던 위기와 마주했다. 경기 침체는 이미 해를 거듭해 이어졌다. 코로나 사태가 전 산업을 강타했다. 자영업자들은 벌이가 줄어 가게 존속이 위험하다.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기업들은 도산 위기다. 이런 현실에서 총선에선 쓰겠다는 공약만 난무한다.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포퓰리즘 드라이브는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정치인들은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처음 정치판에 뛰어들 때의 그 열띤 가슴은 개인보다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대한민국엔 개인의 명예와 권력이 아닌 국가를 위해 행동하는 정치인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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