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바닥없는 추락, 1분기 적자만 2.5兆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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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폭락·수요 절벽·정제마진 악화…2분기도 적자 불가피

이창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4-13 16:08:59

국내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개 정유사의 1분기 적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2014년 셰일가스로 인한 산유국들의 ‘가격전쟁’으로 그 해 4분기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이 1조1500억원 수준을 기록한 것을 최악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당시 수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6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이달 들어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 7개사의 평균은 1조4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1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제마진의 하락으로 꼽힌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의 재고 관련 손실규모도 커지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사상 초유의 실적 쇼크에 직면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가격 인하와 증산 등을 통해 ‘유가 전쟁’에 나서면서 직격탄을 맞으면서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 주 배럴당 -1.4달러로 집계됐다. 전주대비 배럴당 0.3달러 악화한 수치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주간 평균 기준 지난달 셋째 주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3주 연속 마이너스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국내 정유업체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밑돌면 정유사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정유사들은 중동지역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재해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모든 석유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품 가격이 원유 도입가격보다 더 낮은 ‘역마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급감한 국제 원유 수요는 하루 1800~2000만 배럴이며 원유 수요가 최대 하루 평균 최대 3000만배럴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국내 4대 정유회사들은 국제유가 급락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장을 돌리면서도 하루 최대 700억원씩 영업 손실을 보고 있는 중이다. 결국 국내 정유업계는 장기 불황에 코로나 영향에 따른 수요 감소, 국제유가 폭락이라는 삼중고에 겹치며 생산량 감산 수순을 밟으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GS칼텍스는 정기보수를 앞당겨 하고 있으며, 에쓰오일은 희망퇴직 시행을 검토 중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드라마틱한 개선 없이는 2분기에도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정제마진은 보다 1분기 보다 더욱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평가손실은 일부 제거되겠으나, 정유사업부의 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기자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