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민주당’이 ‘묻지마 행복’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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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예술과 인생

거대 여당을 만든 젊은 유권자들에게 말한다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4-19 17:47:02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시대에 쓰인 점토판 문자를 학자들이 해독했는데, 그 내용이 “요새 젊은이들은 버릇이 너무 없다.”는 내용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문의 내용은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보다는 자신의 자식을 책망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경우는 유명한 고전 일리아드에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 같으면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라는 표현이 쉬지 않고 나온다. 일리아드에서 말하는 '고대'라면 네안데르탈인이라도 되는 것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나 후배가 철없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인생 선배의 올바른 역할로서 이해심을 갖고 지켜봐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이미 나이 든 사람들은 그들보다 더 먼저 태어났고, 인생경험이 더 풍부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봤으며, 이미 철들 시기를 보냈다. 그들은 인생 초보이자 성장, 성숙이 아직 더 필요할 뿐이다. 그들 과정도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일 뿐이지, 사람들이 처음부터 성숙한 사람으로 자랐다고 할 수 없다.

흔히 나이 든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보면서 매사에 가르치려고 하거나 꾸지람을 하며 못마땅해 하는 것은 연륜이 상징하는 모든 잘못을 그르치지 말고 올바로 가라는 지침을 알려주고 싶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젊은이들은 무조건 도외시 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연령 대 별 지지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것은 분명히 여당의 승리를 가져 온 결과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올드맨이다. 네 살 때 6.25 전쟁이 있었고, 4.19. 5.16. 6.3 사태 등등 수많은 현대사를 몸으로 겪었으며 80년대 민주화 운동 때는 실제 거리로 나가 돌멩이를 경찰관에게 던지고 최루탄 냄새를 온 몸으로 맞으며 눈물과 기침, 그리고 슬픔과 한숨으로 격동기를 보냈던 세대이다.

젊은이들이 이 말을 들으면 “그래서 당신 낡아 빠진 꼰대구만!” “노인네 냄새 나는 굼뜬 행동으로 우리를 훈계할 예정이신가요? 관두세요!” 대번에 이런 말이 나오겠지만 올드맨은 “그래도 나는 외친다”는 각오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4.15선거에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희대의 특이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올드맨이 되도록 수많은 선거를 하는 동안 얼굴과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손에 소독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이 나라에서 가장 긴 선거 투표용지를 받아 미끌거리는 손으로 떨림은 방지하면서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거룩한 기표를 하고 선거 투표장을 나왔다.

그러나 그날 저녁 우리 국민들은 놀라고 정치인도 놀라고 세계도 놀란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코로나 긴급 지원자금의 덕택일까? 외신이 전하는 코로나 위기 대처 우수처방이 문제일까? 아니면 나라의 국운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일까?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여당을 만들었고 집권당이 표정관리를 하는 정도의 대성공을 우리는 맞이했다.

그러나 그 승리의 무서운 결과는 이제 대한민국의 앞날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집집마다 돌리는 그 옛날의 고무신 선거처럼 이번은 과연 대 놓고 현금으로 선심 베풀 듯 허가 맡은 코로나 선심 공세 지원금으로 감화된 탓일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가면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인지 공상과학 소설의 나라인지 경험 해 보지 못하였기에 여당에게 표를 준 국민들조차 상상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다.

여당은 승리에 도취되어 견제하지 못하는 초라한 야당을 떡 주무르듯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에게 표를 주지 않은 국민들도 한국의 국민이요, 거대 여당에게 표를 준 국민도 우리 국민이다. 선거의 결과에 자만하여 국민 정서와 정의에 어긋나거나 자기들만의 논리로 국민 합의 없이 질곡의 세월을 만들면 안 될 것이다.

수출 마이너스, 경제 폭망, OECD최악의 경제성장, 폐업과 도산의 중소기업이 난무, 실직자 증가, 청년실업대란 등등이라도 그런 성적표를 낸 여당에게도 표를 준 국민들의 암울한 몫이 서서히 돌아올 것이다. 이제 여당에게 표를 준 국민들은 어쩌면 지옥문이 열리는 정도의 피고름 나는 고난의 세월이 올 것 같다.

나라가 고속으로 질주하면서 우리가 원하지 않은 곳으로 굴러 갈지도 모를 일이다. “이민가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고 개표를 보면서 잠 한숨 자지 못했다는 한탄도 들린다.

그렇다, 무소불위의 공룡 여당, 토지공개념, 동일 임금 등 좌파적 경제개혁이 줄줄이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나라로 몰고 갈 것이다.

집권여당이 나이든 중장년들의 걱정을 필히 챙기면서 젊은 유권자들과 자신들만을 지지하는 국민들로 정치를 하여 이 나라를 붉은 손아귀에 넣고 사회주의 수렁으로 끌고 갈 생각을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큰 오산이다.

2019년 10월 3일 광화문에서부터 서울역까지 운집한 수백만의 국민들을 되새기면서 올바른 정치, 정의로운 정치, 국민이 납득하는 정치, 확실한 정치를 하기 바란다.

얄팍한 꼼수와 선전선동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생각을 한다면 지금의 승리는 돌이킬 수 없는 저항을 초래할 것이며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가 있을 때 잘해, 국민이 알아 줄 때 잘 해를 기억해 주기 바란다.

국민들이여 “묻지마 민주당”이 “묻지마 행복”이 결코 아닐 것이다.

김수영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