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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위기 쓰나미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내수는 꽁꽁 얼어붙고 수출 시장까지 막히면서 언제 걷힐지 모르는 먹구름으로 한 치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 폭삭 주저앉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도 당장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자칫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까지 든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여야 할 터인데 아직은 시기가 성숙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반면에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예측들이 난무하면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가 몰려올 것이라는 경고가 연일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닥칠 가상의 시나리오를 접하면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같이 내부보다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일수록 고민의 폭이 더 크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두고 경제 주체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가 닥치면 자연스럽게 사는 쪽과 죽는 쪽으로 갈라지기 마련이다. 끝까지 버텨야 위기 이후에 찾아올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된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수단을 찾아내야 하고,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사는 줄인지도 면밀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면서 군살을 제거하고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단기 내지 중기적인 예측 능력이 필요하며, 타이밍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가동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비효율과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핵심 역량을 집중시키는 지혜가 동원되어야 한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온갖 루머나 추측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도리어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변화에 둔감해 무시하거나 방관하면 영순위로 도태한다. 변화를 감지하면서 어떻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지를 두고 최적 함수를 찾아내야 한다. 위기는 더 큰 성공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더 큰 실패를 유도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서 각국 정부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분분하다. 그러나 아직은 절대 강자라고 치켜세울만한 국가는 없는 듯하다.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올겨울이나 빠르면 가을부터 2차 감염 사태가 닥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는 판이다. 정부가 더 강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성과 효율성이다.
지나치게 정부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매우 크다. 원칙과 일관성, 그리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전략적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제로섬게임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좌우, 흑백, 빈부, 지역 등에서 기인하는 포퓰리즘에 빠져 여기서 빼서 저기를 채우는 우(愚)를 범하는 행위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이 판에서도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한쪽 손을 자꾸 들어주면 결국 벼랑 끝 위기로 치닫게 된다. 균형적 감각에 더해 파이를 늘리는 쪽으로 키를 틀어야 한다.
들어오는 경제, 수출시장 점유율 유지, 경제 탈(脫)이념화 등 위기에서도 기회 만들어야
그리고 한동안 간과하였던 부분을 다시 살피면서 경제의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현상으로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현상이 글로벌 공급·가치사슬의 재편이다. 키워드는 집중이 아닌 분산이다. 한 곳에 올인하다 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다국적 기업의 87%가 공급망 전략을 바꿀 것이라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손해를 보고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귀에 익은 소리도 들린다.
이참에 우리도 나가는 경제가 아닌 들어오는 경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 정부 들어서 최근까지 반(反)시장·친(親)노동 정책을 고수하면서 나가는 경제를 부추기기도 했다. 밖에 나가 있는 기업을 안방으로 불러오려면 우리 내부를 다시 매력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평소에 하지 못했지만 위기 시에는 이런 방법이라도 써서 경제의 파이도 키우고 일자리도 확대해낼 필요가 있다.
내수도 힘들지만 수출시장은 더 어렵다. 시장이 다시 복구되는 과정에서도 내수보다 수출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고 보면 2분기 수출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불 보듯 뻔하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아직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유가마저 폭락하고 있어 대체 시장도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땐 수출시장별로 동향과 전망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과 수출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단기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점유율 유지 전략으로 방어력을 최대한으로 사수해 나가야 한다. 시장이 위축된다고 해서 경쟁 상대에게 시장을 내주면 시장이 회복된 후에도 자리를 찾아가기가 어렵게 된다. 수출 산업에 동참하고 있는 주체들의 고통 분담 또한 절실하다. 이 상황에서 자기 배만 불리려고 하면 모두 파산하고 결국인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 탈(脫)세계화라는 정서적 분위기가 글로벌하게 만연하지만,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은 쉽게 단절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또 하나 이 시점에 요구되는 것은 경제의 탈(脫)이념화다.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를 두고 세계가 다시 양분화될 조짐을 보인다. 중국은 이 기회를 틈타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갖은 술책을 동원한다. 급기야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한편이 되어 중국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각자도생하면서도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기류에 잘못 휩쓸리면 작년과 유사하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중국에 지나치게 기우는 것도 금물이지만 일본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일본 의존도 축소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속적인 과제이다. 한·중·일 3국이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나 되며, 글로벌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가 넘는다.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도 3국 간의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경제에 정치적 혹은 이념적 색깔을 덧씌우면 그들보다 우리 경제가 받게 될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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