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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에도 내부 구성원 간의 크고 작은 긴장과 갈등이 존재한다. 하물며 국가 단위는 물론이고 글로벌 커뮤니티에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조용하던 세상이 일시에 폭풍 전야의 공포에 내몰리기도 한다.
덩치가 큰 국가들은 힘의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서로 으르렁거린다. 작은 국가들이라 할지라도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서로가 불편하다. 친척보다 이웃이 낫고, 아는 사람이 생면부지의 남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회자하고 있을 정도다. 그 예는 무수히 많다.
미국과 중국이 그렇고, 중국과 일본, 우리나 일본만 보더라도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들이 많다. 유럽도 중세 이후 근세까지 하나의 나라이었지만 현재는 모두가 갈라져 각각의 나라로 존재한다. 좀 더 내밀하게 살펴보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많지만 의외로 크고 작은 이해나 심지어 사소한 감정으로 얼굴을 붉힐 때가 허다하다.
이제 우리 내부로 들어와 보자. 아직은 미완이지만 이번 코로나 방역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스스로 놀란 것들이 있다. 의료진의 탁월한 능력과 희생정신, 그리고 국민적 침착함과 성숙함이다. 정부의 오판에 따른 초기 방역 실패로 다소 우왕좌왕하긴 했지만 다른 국가에 비하면 현재까지는 선방을 하는 모습이다. 여기엔 베일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숨겨진 진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삶의 본질이나 만족감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점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이만큼 헤쳐 나오고 있는 것은 삶의 형편이 좋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단순 국가 간의 1인당 국민소득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이나 수준이 거의 세계 최고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전후 잿더미 속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는 비전과 확신을 가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냈다. 자신보다는 자식이나 미래 세대에게 가난을 대물림해주지 않겠다는 일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세상 참 많이 다녀보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도 봤지만 아플 때 우리처럼 안심이 되는 나라가 지구상에 별로 없다는 엄중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이런 자부심 속에서도 한편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다시 한숨이 나온다. 평상으로 돌아가면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갖은 문제점들이 여전히 암덩이처럼 꿈틀거린다. 가장 해묵은 것이 지역 간의 갈등이다. 정치꾼들이 정쟁의 도구나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이를 부추긴 측면이 짙다.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지역감정에 기대어 막말을 서슴지 않는 좀비들이 수두룩하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도 유사한 현상들이 있다. 스포츠 등 경쟁을 할 때는 지역 편들기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국익을 모아야 할 때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슬기를 발휘한다.
사실 이런 것들이 있어야 가끔 세상 사는 재미도 나지만 지나쳐서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요즘에는 빈부, 이념이나 사상, 남녀, 종교 연장 선상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현상을 보면서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 장년 세대들은 청중년 세대들을 못마땅해하고, 역으로 청중년 세대들은 장년 세대가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폄하한다. 정치는 이를 악용해 편가르기를 하고, 심지어 극한 진영 대립으로 몰기까지 간다.
일본 사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순수한 청중년과 도덕성 갖춘 장년이 갈등 치유의 주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그 시작은 버블 경제의 붕괴에서 시작되었지만 극복하는 과정이 길고 고달팠던 것은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대 간의 갈등이 큰 원인이었다. 일본의 전후 1차 베이비 붐 세대는 흔히 1947〜1949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흔히 ‘단카이(團塊·덩어리)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베이비 붐 세대보다는 7년 이상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고도경제 성장 시기의 주역으로 일본 경제를 한때 미국을 능가할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놓은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입버릇처럼 자신들이 이룩한 성과를 후세들이 잘 계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독선적이고 자기 방식을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만용으로 급기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신세가 역전되기도 했다. 이들의 후세대들인 ‘주니어 단카이’를 비롯한 신세대들은 장년 혹은 노인 세대들을 경멸하면서 끊임없는 마찰이 일어났다. 특히 단카이 꼰대 세대들의 성추행 등과 같은 엽기적인 행동, 부도덕한 재산 증식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이러한 세대 간의 마찰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면서 경제 회복에 치명적인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 최근에야 이들이 화해하였다. 더 이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는 물론 경제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다. 그러나 그 대가가 너무 컸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세대 간 화합의 차원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1억 명이 총활약하는 사회’로의 이동이다. 모든 세대의 힘을 하나로 결집해 일본 재건(再建)의 길로 매진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예전 같지는 않지만, 회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장년 세대들이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도 하고, 축적된 자산을 가지고 소비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도 하다. 청중년 세대들도 무기력감에서 회복해 일본의 영광을 재현하는 경제의 주축으로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상당 부분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약점이다.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는 결정적 매개체를 생성해내야 한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정말 더 크게 후회할 날이 머지않다. 우선 정치권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겸손해져야 한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본인이 판단하기에 인격적 혹은 도덕적으로 구린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도층으로 나서는 것을 당장 단념해야 한다. 보수나 진보, 누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너무 썩었고, 진흙탕이다.
일본과 똑같이 성추행이나 부동산 졸부 행각으로 매도당하는 꼴불견이 연일 터져 나온다. 윗세대들이 모두 파이를 차지해 자신들이 챙길 몫이 적다고 넋두리를 하는 아랫세대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고 나누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 청중년층은 기성 세대들을 청소라도 할 것처럼 무능하고 비도적인 집단으로 내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화합은 한 쪽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합하는 것이다. 용기와 기백도 필요하지만, 경험과 노하우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깨끗한 순수와 축적된 도덕이 그 기저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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