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철강, 42년만에 포스코 손 놓고 사업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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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마진률 1%도 못미쳐…포스코 협력사 경영난 가속화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5-06 16:10:07

포스코와 40년 넘게 거래해온 부일철강이 사업권을 포기했다. 1%도 되지 않는 마진으로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부일철강은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사업을 정리한다. 이에 부일철강이 위치한 아산공장은 보일러 업체 경동이 인수하기로 했다. 부일철강의 사업권은 포스코 냉연코일센터 중 하나인 대창스틸이 인수한다.

1978년 설립된 부일철강은 42년간 포스코와 거래한 중견협력사다. 포스코가 LG전자, 삼성전자에 공급할 세탁기, TV, 냉장고용 철판을 생산하면 부일철강이 제품 형태에 맞게 자른 뒤 LG전자,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절단·판매 수수료가 부일철강의 주 수입원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일철강은 연 매출 1000억원을 상회하며 포스코의 핵심 협력사로 자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포스코 철강 사용 비중이 큰 폭으로 줄면서 부일철강의 실적은 빠르게 악화됐다.

지난해 부일철강의 실적은 매출액 853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칭 마진이라 불리는 영업이익률은 0.82%로 1%가 되질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영업이익률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더구나 포스코의 실적 감소도 부일철강의 사업 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4조5458억원, 영업이익 7053억원, 당기순이익 4347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9.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1.2%, 44.2%나 줄었다.

코로나로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이 부진을 겪자 포스코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포스코의 실적 감소는 포스코와 전방산업의 중간에서 수수료를 취득해 이윤을 남겨온 부일철강의 경영 위기를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과거 포스코가 현대차나 LG전자,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을 때 협력사들의 수익도 쏠쏠했다”며 “포스코가 해외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는데다 코로나로 실적마저 급감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국내 협력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