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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철학입문’

비현실적 가정 근거한 경제학에 의문···인간의 삶에 얽힌 통섭의 경제학

조성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5-07 15:33:31

경제학과 철학은 엄연히 다른 학문의 영역이지만 상호 긴밀히 얽힌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경제철학의 교과서 같은 ‘경제철학입문’(논형)이 출간됐다.

지은이 줄리안 라이스(Julian Reiss)는 더럼대학교(Durham University) 철학과 교수다. 경제학과 금융을 전공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은이의 이력에서 경제철학의 개념이 묻어 나온다.

철학을 통해 경제학을 논하는 이 책(옮긴이·김용준 김승원)은 경제학에서 일어나는 인식론적, 형이상학적, 윤리학적 문제를 소개하고 당면한 경제문제의 해결책까지 세부적인 논의들을 제시해 주목된다. 특히 경제학 이론, 방법론, 윤리학적 문제를 융합적으로 망라하는 체계적인 입문서로는 유일한 책으로 꼽힌다.

책은 현대 경제학과 경제사상사 그리고 경제적 사건들로부터 끌어온 구체적 사례를 들어 분석하고 경제철학이 경제과학이나 경제학을 위해 필수적임을 입증해 간다. 따라서 경제철학은 경제학의 이론적, 방법론적, 윤리적 기초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앞서 경제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독립된 뒤 19세기에 학문이 전문화·세분화 되면서 철학과 단절됐으나 20세기 말에 이르러 다시 학문적 교류가 이루어지며 연구성과가 쌓였다. 책은 이 같은 성과들을 담아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형식을 취했다.

책의 1부는 철학의 인과관계, 2부는 경제학의 방법론, 3부는 시장실패, 후생, 분배정의 등의 윤리적 문제를 각각 성찰한다.

저자는 여러 실험결과를 인용하며 경제학의 이기적·합리적 인간상에 의문을 제기해 시선을 끈다. 또 저자는 경제이론이 얼마나 인과관계를 잘 설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경제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모형을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경제학의 설명모형이 비현실적인 가정 위에 너무 이상화 돼 있어 현실과 괴리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선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베스트셀러인 ‘넛지’를 최종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에 할애해 주목 받는다. 서론에서 인간을 철저한 이해타산적 존재로 가정한 합리적 선택이론을 분석한 뒤 결론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합리성이 제한적임을 실험으로 입증한 행동경제학의 성과들을 열거하고 있다.

자연과 생명의 원리 또는 에너지 속성에서 연속과 불연속, 입자와 파동 등이 공존하듯 가장 정교해야 할 경제학이나 경제행위에서도 합리와 불합리가 얽혀 있는 양상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실제로 합리적 판단력이 부족한 현실의 개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슬쩍 떠미는 넛지 사례들을 열거한 뒤 이에 대해 제기된 비판들의 타당성을 하나하나 검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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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우 기자 jsw5655@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