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북평(北平)은 지금의 북경(北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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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북평이 북경이라는 중국의 주장, 지명이동 통한 역사왜곡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5-10 17:26:33

중국은 현재의 수도 북경(北京)이 고대의 북평(北平)군이었다고 주장한다. <한서지리지>의 유주(幽州)에 속하는 우북평(右北平)군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右北平郡(우북평군)，秦置。莽曰北顺。属幽州(유주에 속한다)。户六万六千六百八十九，口三十二万七百八十。县十六：平刚，无终，故无终子国。浭水西至雍奴入海，过郡二，行六百五十里。石成，延陵，莽曰铺武。俊靡，灅水南至无终东入庚。莽曰俊麻。薋，都尉治。莽曰裒睦。徐无，莽曰北顺亭。字，榆水出东。土根，白狼，莽曰伏狄。夕阳，有铁官。莽曰夕阴。昌城，莽曰淑武。骊成，大揭石山(대게석산)在县西南。莽曰揭石。广成，莽曰平虏。聚阳，莽曰笃睦。平明。莽曰平阳。”

그런데 눈에 익은 지명은 갈석산(碣石山)으로 읽혀지는 大揭石山(대게석산) 뿐이다. 참고로 북평군이나 우북평군이나 같은 군이다.

우북평군은 <사기 흉노전>의 “연나라 장수 진개가 동호를 격파하니 동호가 천 여리를 물러났다. 연나라가 장성을 쌓으니 조양(상곡군)에서 양평(요동군)까지다. 상곡, 어양, 우북평, 요서, 요동을 동호로부터 지켰다.(燕将秦开袭破东胡，东胡却千余里，燕亦筑长城，自造阳至襄平，置上谷、渔阳、右北平、辽西、辽东郡以拒胡)”는 기록에도 등장한다. 1976년 평안남도 덕흥리에서 출토된 유주자사 진의 무덤벽화에서는 북평(北平) 태수로 나타났다.

고대 북평군의 위치

그렇다면 고대 북평군의 위치는 과연 어디였을까. 중국정부가 주장하는 지금의 북경일까. 아니면 원래 맹강녀와 관련 있는 진장성이 존재했던 북부 하남성일까. 아니면 갈석산이 있었다는 산서성 남부일까. 먼저 아래 <한서지리지>에 기록된 갈석산 관련 지명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호구(壺口)부터 뇌수(雷首), 대악(大嶽)까지다. 지주(厎柱), 석성(析城)，왕옥(王屋)까지다. 태행(太行), 항산(恒山)，갈석(碣石)까지이고 海로 들어간다”는 문구에 당나라 학자 안사고가 붙인 주석은 다음과 같은데 모두 산서성 남부 지명들이다.

“뇌수는 하동(河東)군 포판(蒲阪)현 남쪽. 지주는 섬(陝)현 동북쪽. 석성산은 호택(濩澤) 서남쪽. 왕옥산은 원(垣)현 동북쪽. 태행산은 하내(河內)군 산양(山陽)현 서북쪽. 항산은 상(上)군 곡양(曲陽)현 서북쪽. 두 산이 계속돼 동북쪽 갈석과 접해 해(海)로 들어간다”

원래의 갈석산이 산서성 남부에 있었기 때문에 고대의 북평군도 산서성 남부에 있었다는 논리를 인정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지명비정이 100% 옳은지 확인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 대청광여도에서 찾은 한서지리지에 갈석산 관련 지명들. [사진=필자 제공]

산서성 남단 황하변 영락진(永樂鎭)에 영락궁(永樂宮)이라는 행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터가 수몰됐고 건축물은 예성현(芮城縣)으로 옮겨졌다. 역사상 영락이라는 연호를 쓴 황제는 고구리 광개토호태왕과 명나라 영락제(永樂帝) 뿐이다. 중국은 영락궁이 명나라 영락제와 관련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은 고구리 영락제 즉 광개토태왕과 연관된 행궁으로 밝혀졌다.

1. <중국고대지명대사전>의 영락현(永樂縣)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후위에서 설치했다. 북주 때 북평고현으로 옮겨 다스렸다가 폐했다. 북주에서 설치했다. 황성현에 속했다. 당나라 때 황성현 동북 2리의 영고보를 영락현으로 설치했다. 송나라 때 진으로 했다. 산서성 영제현 동남 120리에 있다. <원화지> <환우기>에 모두 주나라가 영락현을 설치했으나 군으로 되지는 않았기에 <수지>에 영락군으로 적힌 것은 오기다.”

2. <중국고금지명대사전>의 설명은 “북주 때 치소는 황성현에 속했다. 당나라가 황성현의 동북 2리에 있는 영고보를 영락현으로 나누었다. 송 때 진으로 되고 고성은 산서성 영제현 동남 120리에 있다. <환우기> 주 때 영락현이 되었고, 군으로 가진 않았다. 수지에 영락군으로 되어있는데 盖자는 오기다. 한나라 때 북평현이라 했으며 북위 때 (=고구리 장수태왕 때) 영락현으로 불렀다. 당 천보 원년(742년) 만성현으로 개칭했다.

한나라 때는 영락현을 북평현으로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영락현이 최초로 설치됐다는 북위(386~534) 때는 고구리 광개토호태왕과 아들인 장수태왕이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영락진은 광개토호태왕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3. <중국백과사전>의 설명은 “동위 540년 북평현 서북 땅을 쪼개 영락현을 설치해 낙랑군에 속하게 해 치소로 했다. 북주 때 영락현을 창려군으로 했다가, 북주 때 북평고성으로 옮겨 다스렸다. 수 문제 3년(583) 창려군을 파하고 영락현을 이역주로 변경했다가, 수양제 3년(607) 주를 파하고 상곡군으로 하고 영락현으로 거듭 다스렸다. 당 고조 4년(621) 영락현을 역주에 바꿔 속하게 했다. 천보 원년(742) 영락현을 만성현으로 처음 변경했다.

(원문 참조 : 대륙의 종심 ‘산서성 영락진’ 대고구려 수도 흔적)

▲ 산서성 남단 북평현이 현재 븍경으로 이동된 지도. [사진=필자 제공]

이상과 같은 연혁에서 보듯이 산서성 남단 황하변에 있는 영락현은 고대의 북평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편군은 요서군에서 분리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따라서 현재 중국정부의 북평=북경 주장은 허무맹랑한 지명이동을 통한 역사왜곡임이 명백하게 밝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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