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재발 여부는 국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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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5-11 00:02:04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또 한번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2일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확진자가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면서 벌어진 코로나 집단감염이 수도권 중심으로 번져나가면서 잠잠했던 사태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완화된 형태인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한동안 코로나가 한자리 수로 증가세가 멈춤했던 신규 확진자 발생이 지난 8일 12명으로 다시 증가한 데 이어 9일도 18명으로 늘어나, 이틀 연속 1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6일엔 하루 확진자가 2명(해외유입2명, 지역 0명)으로 78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9일 기준으로 서울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총 2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들을 지역별로 분류하면 서울 13명, 경기 7명, 인천 5명, 충북 1명, 부산 1명 등으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문제의 클럽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데다 외국인 이용자가 많고 업종의 특성상 이용자들의 정확한 이름과 연락처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조기 진압에 실패할 경우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감염 위험이 커지면서 등교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예정돼 있다. 때문에 이번 이태원 클럽발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개학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9일 방역 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산발적 감염은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클럽 등 유흥시설에는 ‘운영 자제’ 행정명령을 내렸다.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운영이 제한된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향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본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앞으로의 전파·확산 양상, 추가적인 위험도 여부 등을 방역당국과 교육부, 지자체, 현장이 같이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며 “다만 지금의 확진 상황을 가지고 등교 개학 연기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다”고 언급했다.

몰론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의 대책 방법을 제시한 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국내감염자가 또 다시 나왔고 무증상으로 전파되는데 이 같은 정부의 발표는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 안전에 시기상조가 어디 있겠는가. 집단 감염이라는 새로운 돌발변수가 생긴 만큼 등교 개학의 방역 안전성을 재점검하고 두말할 나위 없이 방역과 교육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 간 대면접촉이 꺼려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비접촉,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졌고 자택에서 회사업무를 보는 재택근무자의 수는 늘고 외식보다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도 사회적 분위기는 상당히 느슨해진 듯하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 차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마스크 미착용자가 종종 눈에 띄었고 1m 거리두기도 느슨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미 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한 듯 했다.

정부가 코로나 대책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생활 방역’의 주체는 국민 개개인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는 개인의 일상과 공동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코로나로 전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각자의 어려움을 가지고 개인, 가족, 사회의 건강을 위해 견디고 있는데 나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은 밤낮없이 내 한 몸 희생한 의료진의 헌신을 수포로 만들고 우리 사회 공동체 안전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