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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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과 넷플릭스

안방에서 본 스릴러 폭력영화의 느낌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5-11 11:46:11

영화 ‘사냥의 시간’은 거금 120억을 들여 만든 영화치고는 운이 없는 것인가 복이 없는 것인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대형 화면이 있는 영화관에서 상영을 못하고 부득이 안방극장인 NETPLEX에서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판매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번 좀비영화 ‘킹덤’이 대성공을 거둔 후 마침 코로나 사태로 극장이 폐쇄 되다시피 하여 안방극장에서 개봉된 극장용 영화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19년 3월 영화관객수 1467만명에서 2020년 3월의 경우, 87.3%가 감소한 183만명의 관객이 들어섰다는 극장의 비극은 영화계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베를린 영화제 출품작이어서 기대가 크고 기본 사용료만 내면 모든 영화를 맘대로 보는 NETPLEX 새로운 콘텐츠에 접하는 신기한 기분으로 ‘사냥의 시간’을 접했다.

국어·영어 시간, 수학·음악 시간을 경험한 관객들로서는 ‘사냥의 시간’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에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영화를 보자마자 스타트에서부터 유토피아와 대비되는 디스토피아의 상황에서 젊은 청춘들이 바닥 같은 절망감과 무기력, 그리고 허탈감을 대변하는 듯한 설정은 요즘 세대들에게는 공감 가는 출발이었다.

윤성현 감독, 안재홍·최우식·이제훈·박정민 주연의 ‘사냥의 시간’은 앞으로 이 나라의 영화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젊은 배우들이라 신선함과 연기력을 보는 재미는 솔솔 했다.

준석(이제훈)이 감옥에서 출소하는 과정에서 “한탕 하자”라는 설정은 기존의 할리우드영화에서 본 스릴러물이나 범죄영화의 단골 설정이라 그렇다 치고, 영화의 정설로 된 권선징악이 아닌, 디스토피아의 막장같이 그냥 도박장을 털어서 “한탕하여 잘 먹고 잘살자”라는 범인들의 시각으로 영화가 만들어 진다.

과거 영화 ‘보니 앤드 클라이드’ ‘내일을 향해 쏘아라’ 같이 범죄인의 입장에서 영화가 전개 된다. 앞부분의 ‘한’의 4인 범인 추적 장면과 도망가는 장면, 그리고 총으로 주고받는 스릴은 인정이 될 만큼 스릴이 가득하고 재미가 있다.

영화의 앞부분, 30분은 어느 스릴러 못지않게 우수하다. 배우들의 연기, 스릴과 공포감 화면구성 음악은 일품이다. 그러나 산만한 각본과 시나리오라 그런지 후반부 들어서는 마치 그냥 후다닥 후다닥하다 끝이 나고 마는 느낌이다.

그러나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면 웅장한 사운드와 빨려 들어가는 대형 화면, 그리고 현장감 나는 분위기와는 달리, 안방극장의 시스템은 수시로 잡다한 상황이 되고 바깥의 잡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식구들의 움직임까지 들으면서 보는 영화라 집중이 안 되고 산만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윤성현 감독의 전편 ‘파수꾼’이 놀랍고 신선한 작품이라면 ‘사냥의 시간’은 첫번째 상업 영화라 그런지 의욕이 넘치고 활발한 장면이 많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긴 이야기 전개와 너무도 할리우드영화의 아류 같은 점이 아쉽고 답답했다.

134분까지 끌고 갈 필요 없이 1시간 30분이 적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며 후반부의 붉은 화면의 연속은 왕년의 영화 ‘와일드 번치’의 장면을 그대로 인용하고 심지어 포스터까지 비슷하게 활용하는 듯, 아직은 ‘모방의 시간’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100분짜리 꿈이라고들 한다. 120억을 들여 스릴러 영화를 만들 때는 격렬한 도주와 추적 장면의 나열에 그치지 말고 보고 난 관객에게 마음에 닿는 명장면 하나, 교과서에 나올 만한 대사 하나, 그리고 종결에서 짜릿한 감동을 주는 명장면을 하나 쯤 만들어 선물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단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컸다. ‘사냥의 시간’은 관객들이 “시간의 사냥”을 당하게 만든 영화가 되고 말았다.

김수영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