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초래한 김택진의 도 넘은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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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5-12 13:38:22

지나친 과금 유도로 숱한 비판을 받아왔던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가 결국 불매운동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게시판은 물론이고 각종 커뮤니티엔 엔씨소프트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산 불매운동에 쓰였던 ‘노재팬’ 이미지에 NC를 넣어 ‘노엔씨’라는 이미지가 나온 데 이어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엔씨를 비판하는 청원글이 올라올 정도로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리니지2M’이 이번에 불매운동에 휩싸이게 된 이유도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과금 문제가 화근이 됐다. 엔씨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거액의 과금을 유도하는 패키지 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는데, 일주일 뒤 엔씨가 내놓은 상품이 앞서 출시한 상품을 무위로 돌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과금 유도뿐 아니라 지나친 상술로 이용자를 기만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불매운동에 휩싸인 것이다.

불매운동 후폭풍이 거세지자 엔씨는 이례적으로 문제가 된 과금 상품에 대한 추가보상을 내놨지만 돌아선 이용자들의 마음을 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이용자들은 엔씨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이용자들이 기다려왔던 신규 콘텐츠 사전 설명회에서도 상당수 이용자들은 채팅창을 통해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불매운동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사실 엔씨 불매운동은 그간 쌓여온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고 보는 게 옳다. 리니지 시리즈는 국내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게임이지만 숱한 논란에 휘말리며 비판을 받아왔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통해 지나친 사행성과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주로 현금 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아이템 가격이 만만찮을 뿐만 아니라 확률도 0.1%로 희박하다.

소위 린저씨라 불리는 충성유저들 중에선 본인이 원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많게는 억단위 과금을 하기도 한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만 리니지라는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이 없는 이용자는 이를 소지한 유저에 비해 훨씬 더 불편하게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과금없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보니 현실적으로 과금 없이는 게임 진행이 어렵다는 게 대다수 이용자들의 평가다.

문제는 엔씨의 이러한 과금 정책이 국내 게임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엔씨가 과금 유도로 숱한 논란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눈부신 실적을 거두다 보니 후발주자인 국내 게임업체에서도 이를 차용한 게임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나친 과금 유도 전략은 오히려 국내 게임산업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우려된다. 이용자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보상을 받는게 아니라 돈을 많이 쓴 만큼 보상을 받는 구조다보니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독 국내게임을 향해서만 극단적인 불신을 표출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출시한 게임 상당수가 이러한 과금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보니 게임성이 아무리 좋다해도 일단 색안경을 끼고 비판부터 하고보는 식의 국산게임 혐오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나친 과금 유도 정책은 당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엔씨는 물론 국내 게임산업도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수익 모델 다각화를 통해 과금 유도를 자제하고 게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