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 흔드는 서울시, 이젠 놔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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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5-14 00:02:02

세운지구 정비구역 152곳 중 63곳의 일몰기한이 내년 3월 26일까지 연장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 연장이 결정된 곳은 세운 2구역 35개소와 3-8·10구역, 5-4·7·8·9구역, 6-4구역 22개소이다.

이들 구역이 사업을 진행하려면 시의 정책방향을 고려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조건이란 실효성있는 세입자 대책 마련과 기반시설 조정 등을 반영한 사업시행계획 수립이다. 또한 시는 일부 구역에 대해서는 여러 구역을 합쳐 개발하는 ‘통개발’을 전면 제한하는 조건도 추가로 내놨다.

세운지구는 2006년부터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이 무산되고 구역이 쪼개지고, 합쳐지고, 해제되고, 다시 연장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국 대부분의 구역이 그대로 남아있다. 금융위기·사업성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결국 시의 행정에 따른 결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운지구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것보다 도시재생방식에 따른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원하는 것이다.

세운지구의 개발에 대한 견해는 거주민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주로 건물주로 구성된 ‘개발 찬성’ 측은 사업성에 대한 기대와 낙후된 동네를 바꿔야겠다는 의지로 16년째 사업을 추진하려 노력하는 중이고 세입자(소상공인)들로 구성된 ‘개발 반대’ 측은 평생 살아온 집과 가게를 놓고 어디로도 갈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물론 외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가 일몰 연장을 결정한 구역은 제조 산업과 유통의 중심지역이고, 일부는 산업골목재생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곳이다”며 “이번 일몰 연장으로 이 지역이 전면 철거형 재개발이 다시 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세운지구의 한 거주민은 “시민단체들은 모두 여기에 살지도 않는 시위꾼들이니 그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의 강력한 거부감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서울시에도 있었다. “여기에 살지도 않는 사람들이 왜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일몰기한이 연장된 6-4구역에 땅을 가지고 있다.

세운지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모든 의견은 일견 일리가 있다. 50년의 세월이 축적된 세운지구의 산업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은 분명한 가치가 있고, 입지가 뛰어난 세운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 일대의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 역시 가치가 있다. 세운지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며 건물주들의 권리 역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은 오로지 주민의 의사와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자’는 것이 재개발의 본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거주민 이외의 외부세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거주민이 개발을 원하는데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반대를 한다고 개발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거주민의 권리는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겠는가. 시는 지나친 간섭을 지양하고 주민의 뜻에 따르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엄도현 dhu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