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불씨 살리지 못하는 정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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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5-28 00:02: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크게 위축된 국내 경기가 이달 들어 소폭 개선됐다.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주요한 6개 지수를 표준화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으로 지난달 대비 6.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월 96.9이었던 CCSI는 3월 78.4, 4월 70.8로 꾸준히 떨어지다가 소폭 반등한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된 가운데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덕분에 국민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소비 심리가 점차 되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내 경기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어렵게 살린 불씨가 활활 타기 위해선 부단히 풀무질해야 하듯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문제로 경기 부양책을 쉬이 내놓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미 시행중인 경기 부양책이 곧 종료될 예정이라 소비 진작 효과를 더 끌어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껏 반등한 소비 심리가 다시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70% 인하 혜택이다.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고자 정부가 꺼내든 개소세 인하 정책은 예정대로 다음달 종료된다.

앞서 정부는 경기 부양 대책의 일환으로 3월부터 6월까지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개소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신차 구매 고객은 개소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최대 143만원을 절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개소세 인하 혜택을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몇몇 문제가 있어서다.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법 개정이다. 개소세는 30% 인하할 시 시행령 개정으로 조정 가능하다. 그러나 70%까지 인하하기 위해선 국회를 거쳐야 한다. 이달로 종료하는 20대 국회에선 개정할 수 없다. 이에 21대 국회가 개회한 후에 개소세 인하 연장 방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시간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또 정부는 상반기 소비 촉진 효과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안대로라면 신차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는 개소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다음달까지 구매할텐데 만약 혜택을 추가 연장해주면 하반기로 구매를 미룰 수 있어 경제 활성화 효과가 둔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수 감소도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3월부터 6개월간 개소세 감면으로 세수가 많이 줄었는데 혜택 기간을 하반기까지 늘리면 올해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가 대폭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3월부터 6월까지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세수가 4700억원이나 줄어들 것이라 추산했다.

이같은 이유를 들어 정부는 개소세 인하 혜택 연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업계와 소비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정부에 개소세 감면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출시한 인기 차종의 경우 출고 대기기간이 최대 6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개소세 인하 혜택은 출고일 기준으로 적용되는 탓에 다음달 말 정책이 종료되면 실제로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국민에 자동차 구매하라고 개소세 감면 혜택을 펼쳐 놓고는 정작 절세 효과를 누리는 구매 고객은 거의 없는 셈이다.

게다가 개소세를 감면받지 못하면 취소하겠다는 고객도 늘고 있어 업계는 구매 취소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개소세 인하 연장 불가 결정은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26일 이태원 클럽에서 발발한 코로나 재유행으로 무려 7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경제활동을 재개해 오던 국민들이 다시 몸을 사리고 있다. 겨우 개선되기 시작한 소비 심리에 악재가 닥친 것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소비 심리가 코로나 확산 전개 양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서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언을 곱씹고 경기 부양책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소비 심리를 회복시키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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