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부여씨왕조를 개창한 비유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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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흑룡 출현과 비유왕의 죽음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5-31 20:10:00

백제 부여씨왕조를 개창한 비유왕 여섯 번째(마지막)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비유왕은 재위 29년인 455년 9월, 한강에 흑룡이 출현하며 사망한다.(黑龍見漢江須臾雲霧晦冥飛去王薨) 흑룡은 음(陰)의 상징인 여성을 가리킨다. 특히 흑룡 출현은 정변(政變)에 비유된다. 비유왕은 쿠데타로 인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유왕을 살해한 여성은 누구일까?

남편을 살해한 수마왕비

비유왕의 왕비 수마(須馬-[신라사초])다. 거슬러 올라가면 비유왕은 백제 최초의 부여씨인 여신(餘信)이 당시 왕족 가문의 수장인 해수(解須)와의 딜(deal)을 통해 백제왕에 즉위한다. 부여씨가 새로이 왕이 되고 기존의 왕족 해씨는 왕비가 되는 조건이다. 이때 비유왕이 즉위하면서 맞은 왕비가 바로 해(解)씨인 수마이다.

그렇다면 수마 왕비는 왜 남편 비유왕을 살해하였을까? 후계 문제가 발단이다. 통상적으로 왕은 재위 초기에 유고시 혼란을 대비해 후계자를 미리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비유왕은 따로 후계자를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왕자들간에 후계자 쟁탈전이 벌어진다.

[고구려사략]과 [신라사초]에 비유왕의 가계가 상세히 나온다. 비유왕은 즉위 전에 백제 귀족 가문들과 혈연관계를 맺는다. 해수의 처를 통해 여경(餘慶-경사/개로왕)을, 여채의 처를 통해 여은(餘殷)을, 연길의 처를 통해 여기(餘杞)를 각각 얻는다. 또한 즉위 후에는 왕비 수마와는 별도로 비를 뒀다.

야마토(왜) 출신 위이랑을 통해 여곤(餘昆-곤지)을, 신라 눌지왕(19대)의 딸 주(周)씨를 통해 여흥(餘興)과 여문(餘文-문주/문주왕)을, 실성왕(18대)의 딸 선명을 통해 여폐(餘肺)를 각각 얻는다. 다만 불행하게도 수마 왕비는 아들을 낳지 못해 해수의 처가 낳은 여경(경사)을 입적시켜 양아들로 삼는다.

수마왕비의 개로왕 지키기

당시 비유왕이 후계자로 염두한 아들은 여곤(곤지)으로 추정된다. 여곤은 비유왕이 즉위 후 얻은 적자(嫡子)이다. 이에 반발한 수마왕비가 남편 비유왕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양아들 여경(경사)을 옹립한다. 바로 개로왕(21대)이다.

특히 수마왕비는 남편 비유왕의 시신을 들판에 가매장하는 냉혹한 처사를 보인다. 또한 수마왕비는 개로왕 재위시 섭정하며 개로왕 지키기에 적극 나선다. 정적인 비유왕의 아들 여기와 여곤을 우현왕(대륙 요서지방)과 좌현왕(한반도 전라남도)에 임명하여 중앙정계에서 축출한다.

이때 상당수 여씨왕족들도 장군 군호를 받으며 지방으로 쫓겨난다.(458년-[송서]) 특히 여곤은 재차 야마토(일본)으로 추방당한다.(461년-[일본서기])

개로왕은 ‘근개루(近蓋婁)’라고도 한다. 근초고왕(13대)의 근초고(近肖古)가 초고왕(5대-시조 비류계)을 계승한 경우와 같다. 근개루는 개루왕(4대-시조 온조계)의 계승이다. 이는 수마가 구태계의 부여씨에게 넘긴 백제왕조를 다시금 온조계의 해씨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백제 부여씨 왕조를 개창한 비유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