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안장…‘이념’보단 ‘자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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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인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02 00:02:08

현존 국군 최고원로인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이를 두고 ‘친일파’와 ‘6·25전쟁의 영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뉘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친일파 파묘’ 이슈를 꺼낸 뒤 국가보훈처가 현충원 내 백 장군의 묘역을 만들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홍걸 민주당 당선인은 같은 달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다”며 “전쟁 때 세운 전투공적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등 야권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백 장군은 낙동강 전투 등 한국전쟁에서 1사단을 이끄는 등 6·25 전쟁 일등공신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만든 호국 영웅이다”며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 거부는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산화한 모든 군인이 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이 없다는 것과 지금 현충원에 잠들어있는 호국 영령 모두를 파묘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그 달 29일 “백 장군이 현충원 안장 대상”이라면서 다른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백 장군은 한국전쟁에서 세운 전공으로 두 차례 태극무공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 5조에 따라 사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을 갖춘 상태다.

다만 서울 현충원은 장군 묘역이 다 찼기 때문에 대전 현충원으로 모실 수 있다고 국가보훈처는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법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특히 독립운동을 한 국가유공자와 군인·의사자 등에 있어서 모두 유공자가 될 수 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5조 에 따르면 백선엽 장군은 ‘상훈법 제13조’에 따른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으로서 사망한 사람과 장성급(將星級)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사람 중 전역·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사람에 해당된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7항과 10항에 따라 6·25전쟁에 참여했고 전투를 지휘한 성과로 태극무공훈장도 2번이나 받았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현 법률상 백 장군은 현충원 안장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하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김원봉도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 5조 1항에 따라 독립유공자 자격으로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김원봉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그의 월북 후 행적 때문이다.

김원봉은 해방 후 월북해 북한에서 국가검열상의 지위로 6.25 전쟁 중 남파 간첩을 훈련하고 파견하는 것을 직접 지휘한 전력이 있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 8번 항목을 보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 수립 이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 포상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백선엽 장군이 국립묘지에 안장 될 자격을 갖춘 것은 독립유공자와 친일 시점의 행위가 아닌 6·25전쟁의 참전용사로서의 자격이다.

백 장군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에 대한 약속이 현 정부에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지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묘지 안장자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법은 원칙에 있다. ‘해에게서 소년으로’라는 시를 지은 최남선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과 ‘불교사회주의자’로 알려진 만해 한용운 선생이 ‘민족대표33인’ 등의 독립운동 활동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것 또한 이념 때문이 아닌 공적을 법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념에서 벗어나 원칙에 의거하여 독립유공자는 유공자대로, 6·25전쟁 용사는 용사대로 인정받아야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유환인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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