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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자 사람들은 얼른 이 사태를 극복하고 과거와 같은 생활로의 복귀를 갈망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소소한 것이라 무시하였던 일상(日常, daily life)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주변 사람들과 공유한 상식, 사회적 제도나 생활의 틀은 평소에는 누구나 누릴 수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가능하던 함께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고 공부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느낌을 소통하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갑갑해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을 규정하는 상식과 제도가 담고 있는 많은 내용은 과거 우리 조상들은 누릴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씨 조선에서는 사람을 신분계급으로 구분하고 각 신분이 할 수 있는 행동과 할 수 없는 것을 차별했다.
현재 한국인의 일상은 개인의 자유와 그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사회질서인 공화정과, 개인의 자유의 외연인 사유재산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시장경제 체제로부터 도출된 것이 많다. 실제로 우리가 평소 삶이라고 표현하는 행위들 대부분은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전제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바로 그런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에서 누리던 일상이 침탈당할 위기에 내몰린 홍콩 인민들은 지금 필사의 탈출로를 찾고 있다.
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었다. 반환 당시 중국과 영국은 이후 50년간 홍콩의 제도와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협정을 맺었다.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중국은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5월 28일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홍콩의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홍콩 출신 대의원도 200명이나 투표하였는데, 딱 1표만 반대표가 나왔다고 한다. 지역을 대의하여 파견된 의회 의원들마저 자유로운 투표가 불가능한 전체주의 체제의 실상을 세계인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을 중국과 분리해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그런데 이제 홍콩을 중국본토와 구별할 이유가 사라졌다. 미국은 즉각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돌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시스템을 일국일제(한 국가 한 체제)로 변경했다"며 "홍콩이 더는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따라서 나는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국자 '제재 카드'도 뽑아들었다. 그는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직간접 연루된 중국과 홍콩의 당국자를 제재하는 데 필요한 조처도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산업기술 탈취 문제를 지적한 뒤 "우리나라의 중요한 대학 연구를 더 잘 담보하고 잠재적 안보위협인 중국으로부터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중지하기 위한 포고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0.5.30.)
앞으로 홍콩은 중국의 일부로 귀속되고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중국에 대한 제재는 모두 홍콩에도 해당할 것이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역할도 끝났다.
홍콩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저항한 홍콩인들은 중국공산당의 멸망을 기원하는 피켓을 들었다. ‘천멸중공(天滅中共)’. 그럼에도 보안법은 통과되었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 독점과 지배적 신분 독점 의지는 명확했다.
자유를 누리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홍콩 인민들은 필사적 탈주를 준비하고 있다. “홍콩 전역의 환전소에서는 홍콩달러나 위안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홍콩 삼수이포의 한 환전소 매니저는 "달러는 물론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의 외화도 바닥났다"며 ‘미국이나 싱가포르 은행에 계좌를 신설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향후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달러 페그제'(통화가치를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내로 묶어두는 제도)가 폐지돼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질 것이란 소문도 이민을 준비하는 홍콩 시민들의 발걸음을 환전소로 이끌었다.”
“짧은 기간 내에 홍콩의 국제적 위상이 추락하고, 자유와 인권에 제한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탈출 행렬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 2020.5.29.)
필자는 수 년 전부터 중국의 전체주의 심화와 미국 등의 대응 기류 변화를 읽고, 우리 기업인들에게 중국에 투자하지 말고, 이미 투자한 사업은 조속히 철수하고, 기업들이 홍콩에 개설한 사무소는 빼라고 충고했었다.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전체주의 통치 권력을 내려놓지 않고 정경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사유재산을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시진핑 정권 들어 오히려 시장과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사유재산 탈취가 늘어나는 이상, 세계는 중국의 시장경제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정주의(revisionism), 즉 “수정 사회주의”
그간 미국은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인민들이 잘살게 되면, 그 인민들이 나서서 공산당 전체주의 정권 대신 인민들의 자유를 넓히는 공화정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적으로 정치사회적 질서도 변화할 것이라는 미국의 기대는 진즉부터 깨졌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세계 시장경제 시스템에 참여하여 이익은 챙기되 공산당의 일당독재는 더 강화하는 이상한 사회주의로 둔갑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수정주의(revisionism), 즉 수정사회주의 논란이 인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 주류의 인식 재조정이 빨라지고 있다.
첫 공개 발언은 대통령 안보보좌관 맥마스터로부터 나왔다. 그는 미국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s), 이란과 북한 같은 불량정권(rouge regime), 이슬람 지하드 세력과 같은 극단주의자(extremist)가 그것입니다.” (맥마스터 H. R. McMaster, 2017.12.2. ‘레이건국가안보포럼’ 연설 참조)
이후 이런 인식은 2017년 12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가안보평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 내의 주류적 사고로 확인된 이후, 2018년 9월 25일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층 구체화되었다. 이 연설에서 트럼프는 사회주의를 무책임한 특정 정치집단의 권력추구를 위한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시장경제 체제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수정주의”라 불러야 할 변형된 사회주의, 즉 ‘수정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가치동맹과 신 냉전
사실 1990년대 소련 해체와 동구권 체제전환 이후 성립한 세계무역질서인 WTO체제는 허점이 많았다. 겉으로만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구 사회주의권 나라들의 반칙과 반 시장적 부정행위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다. 2018년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밝히고, 그런 가치에 동의하는 나라들로 동맹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유의 위대함과 개인의 존엄성을 믿고, 자치와 법의 지배를 믿으며, 그리고 자유를 지켜낸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에 맞추어, 미국은 자유시장경제와 사적 부문의 성장을 증진시키고, 정치적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그런 성향의 나라를 동맹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2018.9.25. 유엔총회연설 참조)
그러면서 그는 유엔의 개혁을 촉구하였다. 유엔의 여러 기구들이 제 역할을 행하지 못하였다고 비판했다. 가령 유엔 인권위원회는 미국과 동맹국을 비난하기 위해 인권을 탄압하는 자를 비호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기구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유네스코 등에서 철수하였다. 앞으로 미국은 선출되지 않고 무책임한 국제기구 관료들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WHO에서 탈퇴하겠다는 선언도 궤를 같이하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 WTO 개혁에 관하여 말하면서, 일부 국가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산업계획이나 국가소유 기업을 운영하면서 덤핑을 일삼고 강제기술이전과 지적 재산권 도둑질을 하는 등 (WTO무역) 규칙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멀쩡했던 석유부국 베네주엘라의 몰락 사례를 예로 들면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는 고통과 부패와 쇠퇴만 가져왔다고 비판하였다. 사회주의의 권력욕은 팽창과 침공과 쇠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모든 나라들은 사회주의를 막아야 하고, 사회주의가 국민들에게 가져올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일당독재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 법치주의, 진정한 시장경제의 가치에 동의하는 나라들로 동맹을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국제 질서는 각국이 추구하는 국가적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신 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무릇 동맹은 그 국가가 추구하는 국가적 가치관이 맞는 나라들끼리 체결돼야 한다. 국가적 가치관이 비슷한 나라들 간에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의 가치도 비슷하다. 그 나라 국민들의 ‘일상’과 동맹하는 나라 국민들의 ‘일상’이 맞아떨어지는 나라라야만 믿음직하고 지속가능한 동맹국이 될 수 있다.
한 나라의 국가적 가치관은 헌법에 담겨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는 공화주의와 시장경제인데, 이런 가치를 부정하는 나라와는 동맹을 맺을 수 없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전체주의 일당독재 국가는 동맹의 대상이 아니라 적일뿐이다.
미래의 서울이 오늘의 홍콩이 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국가 및 국민의 가치관 정립 사업이 필요하다. 정치경제 체제라는 것은 개인에게는 생활양식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자기완성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더해져서 국민 개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국민은 개인에게 생활양식이 되는 정치경제 체제를 부정하고 국가적 가치관을 뒤흔드는 세력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한다. 감성팔이와 선동으로 국민들의 가치관을 혼란하게 하는 자들의 정체를 공공연하게 폭로해야 한다.
얼마 전 볼리비아 대선에서 부정투개표와 전반적 선거부정 혐의가 드러났다. 국민들의 헌정질서 수호의지는 단호했고,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결국 대통령은 쫓겨나고 망명했다.
지난 4.15 대한민국의 총선에서 바로 그런 의심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복수의 시민이 확인하면 충분한 투개표 과정에 시민의 감시가 불가능한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한 것 자체에 부정의 소지가 있었다. ‘표를 세는 자’가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선거부정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선관위 컴퓨터시스템에 대한 압류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상당한 부정 혐의, 즉 범죄혐의가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수사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선거범죄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선거에 의한 정권심판과 교체가 불가능하고, 대대적인 선거부정이 사법부에 의해 단죄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특히 수도권 시민들이, 우리가 후진국이라 부르는 볼리비아 국민들보다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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