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모르쇠…지난해 리모델링 피해건수 23%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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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계약불이행이 절반 이상…소비자원 “업체 선정에 유의해야”

엄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03 12:19:16

국내 리모델링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하자·계약불이행 등 소비자들의 피해사례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지난해 11월에 A업체에 리모델링 공사를 의뢰하고 7000만원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해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나 올해 2월15일에 같은 내용의 하자가 재발했다. 이에 재차 보수를 요구하니 업체는 하자부위가 업체가 시공한 부위가 아닌 공동배관에서 일어난 하자라고 주장하며 보수를 완강히 거부했다. 한 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지만, 업체의 주장이 완강해 민사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이처럼 리모델링 공사 후에 발생한 피해구제 신청이 지난해 426건 발생해, 2018년 346건 대비 약 23% 증가했다고 알렸다.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3년 3개월간 접수된 주택 리모델링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206건이다.

소비자원이 피해구제 신청 1206건을 공사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주택 전체 공사와 관련한 피해구제 신청이 613건(50.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주방 설비 공사 256건(21.2%) △욕실 설비 공사 159건(13.2%) △바닥재 시공 65건(5.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피해 유형으로 보자면 실측오류·누수·누전·결로·자재훼손 등 부실시공 관련피해가 406건(33.7%)으로 가장 많았고, 공사 지연·일부 미시공 등 계약불이행 관련 피해도 398건(33.0%)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 외에 △하자보수 지연·거부 237건(19.7%)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제 93건(7.7%)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소비자의 피해는 500만원 이하의 소규모 공사에서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확인이 가능한 공사 959건 중 500만원 이하의 공사는 630건으로 63.7%를 차지했고, 1500만원 이상의 공사도 16.7%에 달했다.

거래 유형별로 보자면 대리점 등을 방문해 사업자와 대면상담 후 계약한 사례가 962건(79.8%)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통신판매·TV홈쇼핑·소셜커머스 등의 비대면거래로 계약한 사례도 244건으로 20.2%에 달했다.

소비자원은 리모델링 과정 전·후로 이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내건축·창호공사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면 시공부터 준공까지 발생 가능한 분쟁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약 전 사업자의 하자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하자보증보험은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시공업자의 폐업 및 하자보수 이행의무 회피 등으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한 보험이다. 보험금은 총 공시비의 5% 수준에 형성돼있다.

만약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입증자료를 직접 확보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소비자원은 “공사의 모든 과정을 시공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거나 의존하지 말고, 적극 관여해 하자여부를 직접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엄도현 기자 dhu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