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에의 초대,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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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에의 초대,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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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05 00:02:42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결국 질식사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이 연일 시끄럽다. 미국 전역으로 번지는 대규모 시위를 틈타 일부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를 하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미 정부는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미국 국내 상황이 이렇듯 혼란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이달 열릴 예정이었던 G7 정상회의를 9월로 미룰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한국과 러시아, 호주,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물론 초청받은 국가는 비회원이므로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다.

뜻밖의 초대를 받은 우리 정부의 첫 반응은 선뜻 환영하기 보다는 답변을 신중히 하는 모양새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G7 초청에 대해 사전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미국과 협의해나갈 문제라고 말하며 원론적인 입장 표명으로 답했다. 그러다가 이달 1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G7은 ‘Group of 7’의 약자로 액면적으로는 ‘7개국 모임’이란 뜻을 가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로 구성된 세계 경제·군사 강대국들의 모임으로 흔히 ‘주요 7개국 정상회담’으로 불린다. 이 회담에 한국을 포함 4개국을 초청한 것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최소한 주요 7개국+4에 준하는 수준이나 그 가능성을 본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며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엔 우리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것은 미·중 사이에 서 있는 우리나라의 입지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따라 이에 응하는 것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7개국’은 앞에 ‘주요·선진·서방’의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트럼프가 초청한 국가들 중에는 미국 중심의 G7에 반대편 힘의 세력인 중국 중심의 BRICS 회원국이 포함됐다. 브라질(B)·러시아(R)·인도(I)·중국(C)·남아프리카공화국(S) 5개국 중 러시아와 인도가 트럼프의 초대장을 받았다. 중국의 신경이 곤두설만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G7을 두고 ‘구식의 국가그룹’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장기적으로 한국 등을 포함해 11개국으로 확대·발전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장차 한국이 G11에 포함된다면 이는 미·중 사이의 등거리 외교가 아닌 미국 진영으로의 편입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과는 매우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근 코로나 진원지를 둘러싼 미·중의 공방과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미국과 서방 진영의 반대와 제재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냉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편 국가를 초청한 것은 세계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견제와 압박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세계로 확산한 것은 사실”이라고 발언하자 다음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중이 갈등을 벌일 때마다 미국이 일본을 압박한다”면서 “이번에도 일본이 미국 편을 들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앞서 “중국이 코로나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호주에 대해 호주산 소고기 수입 중단과 일부 품목에 관세폭탄으로 보복조치를 가한 바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G7+4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한 전문가는 한국은 경제·외교·정치에서 국제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깎아 내리고, 러시아는 미국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데 신중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경험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중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하지만 안보를 생각하면 미국 진영을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우리의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 중 무엇이 우선하는지 정부가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을 하길 바란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