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로왕 죽음의 의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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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왕 죽음의 의문과 진실

개로왕의 죽음은 복수심리학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6-15 17:55:48

개로왕(21대)은 475년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공격한 남벌전쟁의 최대 피해자다.

개로왕은 수도 한성이 고구려군에 의해 함락될 때 남성(몽촌토성)을 탈출하다 사로잡혀 고구려 총본영이 있는 아차산성(서울 광진구)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장수왕이 보는 앞에서 참수당한다.

이는 삼국역사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한 나라 왕이 그것도 상대국의 왕 앞에서 참수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유사한 사례는 있다. 성왕(26대)이 신라와 결전을 앞둔 아들 창(위덕왕)을 격려하기 위해 관산성(충북 옥천) 전장을 찾아가다가 신라 하급군사에게 사로잡혀 참수당한다. 그럼에도 개로왕의 경우처럼 상대국 왕의 면전에서 참수당한 행위는 전무후무하다.

장수왕의 인적 복수

고구려 장수왕은 남벌을 단행하기 앞서 과거 할아버지 고국원왕(16대)이 근초고왕(13대)과의 평양성전투에서 화살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475년(장수왕 63년) 7월, 상이 주유궁으로 갔다가 황산으로 돌아와 영락대왕(광개토왕)께 제를 올리고 종실과 3보에게 이르길 “선제(광개토왕)께서는 국강(고국원왕)이 당한 치욕을 씻고자 하셨으나 하늘이 목숨을 여유 있게 주지 않았고 짐은 군사를 키워 오랫동안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 아이들 모두가 백제해골들은 물 건너 도망가고 신라 사람들은 몸을 사리고 경계를 지킨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인심은 암암리에 천심을 살피는 것이니 이제 경사(개로왕)놈이 반드시 망하는 가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수왕은 막상 개로왕을 사로잡아 자신의 눈앞에 무릎 꿇린 상황에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대신 군신들에게 처분을 맡긴다.(上欲活之群臣請斬乃献首級于國罡陵-『고구려사략』) 이는 『성경』<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처형문제를 두고 유대총독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e)가 취한 행동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 장수왕은 자신이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개로왕의 다섯가지 죄

그렇다면 고구려 군신들은 무슨 이유로 개로왕을 죽였을까? 여기에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백제출신 재증걸루(再曾桀婁)와 고이만연(古尒萬年)이다.

두 사람은 개로왕으로부터 핍박을 당하자 고구려로 망명한다. 이후 장수왕의 남벌전쟁때 향도(嚮導-길잡이)가 되어 백제 수도 한성 공격의 선봉에 선다. 특히 재증걸루는 탈출하는 개로왕을 사로잡아 얼굴에 침을 세 번 뱉으며 죄를 묻고 장수왕이 있는 아차산으로 끌고간다. 그리고 장수왕이 개로왕의 처분을 군신들에게 맡기자 재증걸루가 나서서 개로왕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