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서’와 같은 내용의 ‘환단고기’는 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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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위서 취급하는 강단사학계…역사해석 망치는 편협한 자세 버려야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6-14 17:58:52

강단사학계는 중국사서가 모두 정사(正史)라고 하면서도 환단고기는 무조건 위서(僞書)로 여기는 나쁜 습성을 가지고 있다. 내용이 서로 다르다면 모르겠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환단고기에 수록돼 있으면 위사(僞史)라는 그릇된 인식이 너무도 깊게 뿌리 박혀있는 것 같다.

일례로 사학계에서 위서 운운하는 『환단고기』 ‘태백일사 대진국본기’에 “대장 장문휴(張文休)를 보내 자사 위준(韋俊)을 죽이고 등주(登州)와 동래(東萊)를 취해 성읍으로 삼자 당나라 왕 융기(현종)가 노해 병사를 보냈으나 이기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어 “이듬해 장수 연충린(淵忠麟)이 말갈병과 함께 요서(遼西)의 대산(帶山)의 남쪽에서 당나라 군대를 크게 격파했다. 당나라가 비밀리에 신라와 약속해 동남의 여러 군과 읍을 급습해 천정군(泉井郡)에 이르니 보·기병 2만을 보내 이를 격파했다. 이때 큰 눈으로 신라와 당나라 군사는 동사자가 아주 많았다. 이듬해 당나라가 신라와 연합해 침입했으나 결국은 아무 공도 없이 물러났다”는 문구가 있다

과연 위 기록들이 위사 즉 가짜 역사였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대장 장문휴(張文休)가 자사 위준(韋俊)을 죽이고 등주(登州)와 동래(東萊)를 취한 사실은 『신당서』에 명확하게 기록돼 있다.

『구당서』에도 “20년(732)에 대무예(광종)가 장수 장문휴로 하여금 해적을 이끌고 등주를 치도록 했다. (당나라로 귀순한) 대문예에게 유주로 가서 군사를 모집해 이를 토벌토록 했다. 이어 태복원외경 김사란(金思蘭)에게 영을 내려 그 남쪽 경계를 치도록 했다. 마침 겨울철이 되어 추위로 땅이 얼고 눈이 사람 키를 넘도록 내려 병사들 중 절반이 넘게 죽었다. 이에 아무 공도 세우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문구가 있어 ‘태백일사 대진국본기’와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같은 내용이 중국사서에 기록돼 있으면 역사적 사실이고 『환단고기』에 수록돼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위사(僞史)로 치부하는 편협된 자세는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일본식민사학자들이 구축해놓은 축소지향의 잘못된 식민지 역사관에서 벗어나 대륙을 지배했던 우리 민족의 기상을 스스로 느끼고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삼국사기』잡지 지리에는 “정천군(井泉郡)은 원래 고구려의 천정군(泉井郡)으로써 문무왕 21년(681)에 이를 빼앗았으며 경덕왕이 개칭하고 탄항관문(炭項關門)을 쌓았다. 지금의 용주(湧州)이며 속한 현은 셋인데 모두 경덕왕이 개칭한 것이며 위치가 분명치 않다. 산산(山)현은 원래 고구려의 매시달(買尸達)현, 송산(松山)현은 부사달(夫斯達縣)현, 유거(幽居)현은 동허(東墟)현이었다”고 설명돼있다.

식민강단사학계에서는 당나라가 몰래 신라와 약속해 대진국의 동남부를 급습했다가 대진국의 2만 보·기병에게 대패했던 천정군(泉井郡)을 지금의 함경남도 원산으로 비정하고 있다. 식민사학계의 지리비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등주(산동성 용구)에 있던 당군이 요서(서만주)에서도 대패하자 한반도에 있던 신라와 연합해 천정군(원산)에 왔다가 대진국의 2만 보·기병에게 패했다는 말이다. 제해권을 상실해 연안항해가 어려워진 당나라 배들이 황해를 가로질러 와서는 다시 한반도 동쪽 원산으로 우회해 올라갔을까. 당시 황해 횡단은 불가능한 작전이다.

▲ 황해 횡단이 불가한 발해의 등주 공격과 당의 백제 공격. [사진=필자 제공]

한·중·일 사학계는 해(海)자만 나오면 황해바다로 번역하고 있다. 일례로 당나라 대군이 황해를 가로질러 와서는 백마강에 있는 사비성(부여)을 공격해 백제를 멸망시켰다는 그야말로 코미디 같은 이야기를 연출하고 있다. 또한 백제의 부흥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당나라 40만 대군이 황해를 건너 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천정군을 원산으로 비정하려면 먼저 그 이유와 주변상황부터 그럴듯하게 설명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반도사관의 지리비정으로는 당시의 역사해석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환단고기』는 위서라고 우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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