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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무렵입니다. 연준의 파월의장은 2018년에만 3번의 금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10월 초 기자가 파월 의장에게 12월에도 또 금리를 0.25% 올릴 것인가 물어보자. 올릴 것이라 했습니다. 10월 10일 나스닥 지수는 4% 넘게 빠졌고 2018년 12월까지 고점대비 -20%가 되었습니다. 2019년 1월 4일 파월 의장의 금리 동결 발언으로 나스닥의 패닉장은 끝이 났고 V자 반등이 일어나 한 달 만에 그동안의 손실을 전부 만회합니다.
저는 이 때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사고를 반복하다가 거금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 폭등장만을 보아오다가 갑자기 위기가 닥치니 어쩔 줄 몰라 대책없이 공포와 탐욕의 매매를 한 겁니다. 떨어질 때는 마치 빌딩 꼭대기에서 번지점프 하는 기분이 들어 서둘러 매도했고 다시 오를 때는 이번에 지난 번의 손실을 만회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매수를 했습니다. 지수는 10% 떨어졌던 시점인데 내 계좌는 이미 30%이상 녹아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동안 사 놓은 주식투자 대가들의 책을 떠올려 봤습니다. 웬만한 것은 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공황이나 불황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을 본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물론 역사적인 배경이 어떻고 원인은 어땠으며 결과는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됐는지 적힌 책은 있었지만 정확히 공황, 불황 등에 대해 써 놓은 책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찾기로 했습니다.
찾는 것은 간단했습니다. 소위 공황이라는 사건을 찾아 어떻게 공황이 시작되었는지만 보면 됐죠. 원인은 중요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도 수 많은 원인으로 공황이 시작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공황은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이 발생할 것이고 그 공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의했다면 그것을 통해 다시 공황에 실패하지 않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돈의 흐름이라고 생각했고 돈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어떤 지표보다 주식 투자의 결과가 가장 잘 반영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1987년 블랙먼데이,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신용등급 위기를 찾아보고 그 당시 나스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알아봤습니다. 결국 -3%룰을 찾아냈고 그것을 피하는 법을 책에 써 놓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왜 투자의 대가들은 공황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까? 나스닥의 일간지수만 보아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러다가 투자의 대가들은 큰 돈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큰 돈을 움직이는 투자는 연금펀드와 같이 투자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예를 들면 노르웨이 국부펀드, 싱가포르 테마섹, 한국의 국민연금 등등 말입니다.
이들은 평소에 70%의 주식과 30%의 채권을 가지고 운용을 합니다. 주식이 평소에 많이 오르고 채권은 위기상황에서만 오르니 평소에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해서 주식의 비중이 높습니다. 따라서 주식을 많이 가져가는데 만약 공황과 같은 위기상황이 오면 주가가 50%가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채권이 주식과 반대로 움직이니 채권을 팔아서 주식에 물타기를 합니다. 그러면 손실액이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공황이 끝나고 본격적인 상승장이 오면 주식을 팔아 채권을 확보하면서 7대3의 비율을 맞춥니다. 이것을 리밸런싱이라고 합니다.
이런 리밸런싱은 투자의 대가인 워렌버핏도 합니다. 워렌버핏은 주식과 채권이 아닌 주식과 현금을 가지고 합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상승장이 오면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합니다. 2019년에는 워렌버핏의 현금성 자산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투자의 대가이면서 버핏지수를 통해 시장을 판단하기 때문이죠.
워렌 버핏은 2001년 버핏지수(Buffett Indicator)를 소개하면서 “시기를 막론하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하는 가장 훌륭한 방식은 그 나라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 과 비교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 나라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시가총액)는 그 나라의 국내 총생산 금액에 수렴한다는 이론에 기반합니다.
버핏 지수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 비용으로 나누어서 100 이면 적정가치, 100 이하면 저평가, 120 이상이면 과열 상태로 봅니다. 그래서 버핏은 공황이 온다면 미리 마련해 둔 현금으로 떨어진 주식에 물타기를 하면서 리밸런싱을 하거나 또는 평소 사고 싶었던 주식을 M&A하면서 공황을 이겨냅니다.
그렇다면 연금펀드나 워렌버핏과 같은 투자의 대가들은 공황이 왔을때 왜 -3% 법칙을 쓰지 않을까요? 워렌버핏은 10년 후에 팔 주식은 아예 사지도 말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공황이 오면 워렌버핏이나 연금펀드가 모를까요? 저는 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황을 개미처럼 대응할 수 없습니다. -3%의 법칙은 -3%가 뜨면 전량 매도 후 한 달을 기다렸다가 더 이상 -3%가 뜨지 않으면 주식을 재매수 하는 겁니다. 그리고 한 달동안 -3%가 4번이 뜨면 두 달을 기다렸다가 주식을 재매수 하는 겁니다.
그런데 버핏이나 연금펀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금액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버핏이 운용하는 자산은 얼마일까요? 한화로 350조원입니다. 만약 -3%가 떴다고 350조원을 시장에서 일시에 매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필자가 보기엔 하루에 주가지수가 70%쯤 빠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금융당국이 서킷브레이크나 시장안정조치를 내리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니 이들은 -3%가 뜨면 한 달을 기다리는 룰을 알아도 절대 팔 수 없습니다.
워렌버핏 자신은 매년 20%정도의 수익을 거두지만 자신이 운용하는 자산이 100만달러나 1000만달러 정도라면 매년 50%는 수익을 보증한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큰 자산이 걸림돌이죠. 따라서 이런 투자의 대가들은 공황을 얘기할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식을 팔지 말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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