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회사채 대란…만기 절반이상 6·9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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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SPV 조속 출범해야... 6월 내 지원 절실”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14 18:15:12

▲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오른쪽은 정세균 국무총리. ⓒ스카이데일리

비우량 회사채 만기가 올해 6월과 9월에 집중적으로 도래해 기업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 회사채 매입 기구를 출범시켜 달라고 요청해 주목된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회사채는 6월과 9월에 53%(2조5000억원)가 집중돼 있다. 6월에는 기업의 상반기말 결제자금 수요, 금융회사의 분기말 건전성 평가 등도 예정돼 있다. 또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기업 매출 감소와 경기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여유자금 확보 등으로 기업의 자금수요는 2분기에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대한상의는 자금사정이 급박한 기업들이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저신용 포함 회사채·CP·단기사채 매입 기구(SPV)’를 빠른 시일 내에 출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정부는 지난 5월 ‘저신용등급 회사채·CP·단기사채를 매입하는 SPV 설립방안’을 내놨다”며 “SPV 재원조달에 필요한 조치들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SPV의 출범과 가동시기가 언제가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설치하기로 하면서 국민경제, 고용안정 및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선·항공·해운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이 업종의 기업들이 저신용 등급 회사채 시장에 많은 만큼 지원범위를 저신용 등급으로 확대하는데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정부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안정화 대책들로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비우량채 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지원 등 조치들은 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A등급 이하 저신용 등급 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회사채·CP 뿐 만 아니라 은행대출 자금조달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유동성 부족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항공·해운업계의 위기가 심각하다.

항공업체 A사의 경우 항공기의 90%가 운항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에 대한 매입기구(SPV)가 6월말, 7월초에나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금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매출 악화로 현금 유입이 사실상 멈춰 SPV가 본격화되기만을 기다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해운업계도 역시 어렵게 해외 선박 발주를 따냈지만 코로나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한데다 운임마저 낮아지고 있다. 해운업체 B사는 최근 회사채 신용등급까지 BBB+에서 BBB0로 한 단계 떨어져 자금 확보를 위해 노후선대 10여척을 매각할 예정이다.

대한상의의 경제성장 기여도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가 1.6%포인트, 민간이 0.4%포인트를 담당했지만 올해는 정부 기여도가 1.2%포인트, 민간은 –1.4%포인트로 민간부문 기여도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자금사정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업 자금사정 BSI는 1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 어려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SPV를 통해 그동안 기업 금융지원 대책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비우량채 시장을 지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서 “6월중 자금수요가 몰려있는 기업들에 실질적인 금융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SPV 출범이 늦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필요한 조치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