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의 전제는 협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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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국회의 전제는 협치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지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19 00:02:00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단독 원 구성을 단행하며 자당 몫인 6개 상임위원회(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제 1야당인 미래통합당(통합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에 나서는 등 21대 국회가 시작부터 반쪽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실제로 민주당은 15일 오후 통합당의 표결 보이콧 속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윤호중, 기획재정위원회 윤후덕, 외교통일위원회 송영길, 국방위원회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학영, 보건복지위원회 한정애 위원장 등을 선출했다. 여당이 제 1야당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은 1967년 이후 53년만의 일이다.

특히 민주당은 입법 권력 남용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관례적으로 야당의 몫이었던 법사위를 가져왔다. 그간 민주당과 통합당은 국회 입법 과정의 사실상 마지막 창구인 법사위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법사위는 타 상임위에서 법안을 처리해도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본회의로 올리지 못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 ‘상원(上院)’으로도 불린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이 관례적으로 야당 몫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간 개혁입법에 민생·개혁 입법을 돕겠다는 명분과 그간 남발된 발목잡기를 없애겠다는 이유로 법사위를 가져왔다.

반면 통합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관례대로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76석의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법사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한 민주당의 독주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법사위 차지로 인해 자칫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이 아무 제동 없이 처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독주는 벌써 시작된 모양새다. 통합당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민주당은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를 가동해 시작으로 이번 주 안에 남은 11개 상임위 중 민주당의 몫인 5개 상임위원장 선임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일하는 국회를 외친 민주당의 행보가 기대와 다르게 독주의 모양새로 굳어져가고 있다. 176석의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협치가 아닌 독자적 행보에 나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면 독주가 아닌 협치를 펼쳐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지영 기자/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지영 기자 jy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