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보톡스 3개 제품 허가 취소…사실상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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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제품 메디톡신, 연매출의 40% 차지…향후 실적 급감·이미지 훼손 우려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18 14:40:14

2006년 처음 허가받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이 14년 만에 시장에서 쫓겨나게 됐다. 메디톡신은 미간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사용하는 의약품으로 메디톡스의 연간 매출에 약 40%를 올리는 주력 제품이다. 그러나 이번에 해당 제품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메디톡스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3개 제품의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에 해당 제품은 25일 기준으로 취소된다.

이번에 품목 허가가 취소되는 제품은 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50단위, 메디톡신주150단위 등 3개 제품이다.

앞서 식약처는 4월 17일자로 해당 제품의 제조·판매·사용을 잠정 중지했다. 뒤이어 품목 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이렇듯 식약처가 메디톡신의 품목 허가 취소에 돌입한 것은 메디톡스가 원액 바꿔치기, 서류 조작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생산 과정에서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놓곤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제품의 품질 등을 확인한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났을 때에도 품질이 적합하다고 허위 기재했다. 또 이렇게 조작한 서류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 출하 승인을 받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메디톡스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반복적으로 원액을 바꾸고 제품의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은 메디톡스에 혐의가 의심스럽다고 판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한 바 있다.

그동안 해당 제품에 대해 조사·검토해온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제조·품질 관리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메디톡신 3개 품목은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또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이노톡스’에는 과징금 1억7460만원을 부과했다.

이날 식약처는 메디톡스에 허가 취소된 메디톡신 3개 품목이 유통되지 않도록 즉각 회수·폐기토록 명령했다. 3개 제품을 보관 중인 병원에도 회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류 조작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조사에 임하기로 했다. 무관용 원칙을 토대로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서류에 허위 기재를 막고 데이터를 조작할 수 없도록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삭제·추가 등 변경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시험 과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도 꼼꼼히 관리하기로 했다.

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은 데 따른 처벌도 강화한다. 현장점검 시 의약품 제조·수입업체가 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데이터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간주하고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제품 시판 전 마지막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 출하 승인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위해도가 낮은 의약품은 국가 출하 승인시 별도의 국가 검정 없이 서류 검토만으로 승인돼 왔다. 이에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그동안 허술한 승인 절차를 악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위해도가 가장 낮은 의약품이라도 무작위로 제조번호를 선정해 국가 검정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로써 서류 조작 시도를 원천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서류 조작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된다. 허가·승인 신청 제한기간은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징벌적 과징금 기준도 상향될 예정이다. 서류를 조작해 국가 출하 승인을 신청했을 때 허가를 취소토록 하는 등 약사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은 GMP 품질경영 원칙을 벗어난 비윤리적인 행태다”며 “제조·품질관리 자료 중 시험 과정에 대해 기록하지 않거나 시험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시험에서 이루어진 허위 기록 및 데이터 조작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메디톡스의 실적이 크게 급감할 것이라 전망했다. 식약처의 품목 허가 취소로 앞으로 메디톡신을 판매할 수 없게 돼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해 메디톡스의 매출액은 205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보톡스와 필러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191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3%에 달했다. 메디톡스의 향후 실적을 놓고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신 품목 허가 취소로 향후 메디톡스의 판매 실적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며 “원액·서류 조작 등 불법 행위로 취소된 만큼 메디톡스의 기업 이미지도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