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다 무서운 최저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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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다 무서운 최저임금 인상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6-24 00:02:16

이달 18일 민주노총은 25일에 열리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시간당 859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1만770원으로 25.4% 인상하는 황당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전면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요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440만 저임금 노동자가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정책임금이며,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다”며 “최저임금이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임금주도·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작동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여지없이 경영계와 노동계의 팽팽한 줄다리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영계는 코로나 여파로 기업의 임금 지급능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현 정부 출범 후 수년간 급격한 인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코로나 사태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저임금노동자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이달 29일까지이지만 그동안 법정 기한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다. 7월 중순까지만 결정하면 고용부 장관이 최종 고시해야 하는 8월 5일을 맞추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서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 전략으로 ‘시간지연’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결정이 늦춰지는 이유로 지목된다.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원’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올해 8590원으로 지난 3년간 33% 폭등했다. 주휴수당까지 합한 실질 최저임금은 올해 1만원을 넘었다.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십만 소상공인들이 줄폐업하고 20~40대와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대거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덮쳐 총 노동시간이 감소하면서 지난 3개월간 일자리가 실제로 155만개 증발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지난달 청년 체감실업률은 26%를 넘어 5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부른 고용 참사와 소상공인 피해 등 망가진 민생 경제를 수습하는 데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쓰였다.

실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반응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69%였으나 지금은 88%로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높이면 기존 인력을 감원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중소기업도 60%에 이른다. 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는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중 93%는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생산비용 상승’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 중 만난 소상공인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직원들을 고용하기 힘들고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토로했다.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공감하나 경제 현실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어 영세사업장의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사라진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민노총은 지난 11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첫 회의에 불참했지만 오는 25일 열릴 2차 전원회의에는 참석 의향을 밝혔다. 과도한 인상안을 끝까지 고수하다가 끝내 보이콧에 나설지, 한노총과 입을 맞춰 노동계 단일안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올바른 합의안을 도출해내길 기대해본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