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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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01 00:02:00

“의자왕 16년, 왕은 귀족세력을 숙청하고 대신급인 좌평을 모두 아들과 아들로 대체한다. 성충이 문제의 상소를 올리고 투옥된 것도 이 해의 일이다. 성충은 죽기 전 당나라 침공을 경고하는 상소를 왕에게 올렸지만 의자왕은 듣지 않았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국방TV 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해 어려운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주고 현대인이 얻어야 할 교훈을 제시해 인기를 얻었던 사학자 임용한 박사가 2009년 1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의 내용이다.

임 박사는 2017년 4월 24일 삼국통일을 다룬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도 백제 멸망 원인 중 하나로 의자왕의 귀족 탄압을 꼽았다. 그는 이를 ‘위험한 발상’으로 지적했다. 성충과 같은 쓴소리를 마다 않는 세력이 사라짐에 따라 최고지도자의 폭주가 벌어지고 종래에 국가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9일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어제(28일) 협상에서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오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85년의 12대 국회 이래 35년만에 사실상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 체제가 이뤄졌다.

민생은 뒷전에 두고 벌어지는 두 거대정당 정쟁에 몸서리를 치는 국민이 적지 않다. 협치는 온데간데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서로의 치부를 들추는 이전투구(泥田鬪狗)에 넌더리를 내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정부·여당 폭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야 발의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심사권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직은 야당의 여권 견제를 보장한다는 관례대로 제1야당에 양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의 헌법·현행법과의 충돌 여부 등을 살펴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체계·자구심사권은 사실 여당보다는 야당에게 주어져야 하는 게 옳다. 야당은 이를 통해 여권의 권력독점을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여당이 의석수 과반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체계·자구심사권이 여권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 도구가 되어 왔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제도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권력분산이 사라져야 할 적폐는 아니다. 공화주의 자체가 이러한 문제점을 전제로 깔고 있다.

야당 반대를 막고 정부 정책을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법사위를 비롯해 국회 상임위를 오로지한 국가는 적어도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는 없다.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장기집권 중인 일본에서도 야당 공명당과의 연립 관계가 펼쳐지고 있다. 여당의 상임위 독점 국가가 있다면 그것은 독재국가뿐이다.

만약 여권에 대한 야당의 견제기능이 상실되면 그 나라는 곧 독재가 펼쳐질 여지가 크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등 민주화 운동가로 시작해 독재자가 된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국민은 이들에게 무한신뢰와 무한권력을 줬으나 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명령으로 착각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가짜뉴스·적폐’ 등으로 몰아 무차별 탄압했다. 결국 국가는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19세기 영국의 정치인이자 역사가였던 존 달버그 액턴은 “견제되지 않는 권력,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다. 백제,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이 주는 교훈은 2020년 중순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하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