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라임·옵티머스 사태 ‘네 탓’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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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노조 “사모펀드 전수조사 실효성 없어” 금융위 작심비판
금융위 “감독책임 소홀 탓” vs 금감원 “규제완화 탓”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06 17:08:08

▲ 금감원 노조가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다”라며 금융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금융위는 조사가 부족했다는 입장이어서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문제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치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전국사무금융노조가 금감원앞에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금감원) 노동조합이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다”라며 금융위원회(금융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금융위는 조사가 부족했다는 입장이어서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문제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책임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금감원 노조는 6일 ‘금융위는 발 뺀 전수조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문제를 일으킨 금융위는 다른 기관에 짐을 떠넘기면서 여전히 컨트롤 타워를 차지하고 있으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노조는 “서류점검에만 3년이 예상되는데 정상적인 사모펀드가 통상 3~5년 사이 청산하는 걸 고려하면 그 사이 없어질 펀드도 부지기수일 것이고, 옵티머스와 같은 사건을 발견한다고 한들 인지시점에는 관련자들이 이미 잠적했을 것이 뻔해 예방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전수조사라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치는 일이다”며 “무리한 규제완화로 사이비 운용업자들이 난립하고 수익에 눈이 먼 은행들은 고위험 상품을 안전 자산이라고 속여 팔고 있는데 전수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2일 이번 환매 중단 사태의 대책으로 운용사 233곳과 사모펀드 1만304개에 대해 3년 동안 전수 검사를 하기로 한 바 있다.

금감원 노조는 또 “정작 수십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금융위 고위 인사 중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금융위 고위직 인사 재산보유현황을 보면, 강남 아파트는 필수지만 위험한 사모펀드에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금융위의 사모펀드 전수조사 방침에 대한 금감원 노조의 성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달 25일에도 은 위원장을 향해 “뻔뻔하다”, “경솔하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러한 금감원 노조의 입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인식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주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15년 금융위는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4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춘 바 있다.

반면 금융위는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소홀이 원인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기업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금감원도 현장검사를 미룬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검사 등 금감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대립 구도를 두고 일각에선 양 기관이 사모펀드 문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긴 셈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정재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1차적인 책임은 (일반투자자) 최소 투자 금액을 (1억원으로) 낮추는 등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만든 금융위에 있다”면서도 “금감원도 투자자 보호와 관련돼 책임을 느끼지 않았다면 라임사태 이후 사모펀드 검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