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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부동산 대책에 대한 반발 여론이 심상치 않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압박이 주된 내용인 이번 대책을 두고 정책의 목적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표면적으론 집값 안정화를 내걸고 있지만 정작 세수확대 외엔 이렇다 할 효과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집값 안정화를 위한 다주택자들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주지 않고 무리하게 세금만 올렸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결국 정부의 부동산정책 목표가 집값 안정화가 아닌 세수확대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세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발생해 결국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논란은 더해지고 있다.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는 벌써부터 ‘버티기’에 돌입한다고 공언하며 임대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중 상당수는 조세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핀셋규제 안 먹히자 세금으로 겁주는 정부…보유세·양도세·취득세 대폭 인상
올해 초 발표한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이 또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지난달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으로 묶은 초강수 대책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과열 시엔 즉각 대응하겠다는 당초 예고대로 추가 대책이자 22번째 대책인 ‘7·10 대책’을 내놓았다.
7·10대책엔 그동안 줄곧 내놓았던 ‘핀셋규제’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담겼다. 다주택자 전부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 전부를 집값 과열을 부추긴 주범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인식 하에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를 모두 대폭 늘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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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
정부는 먼저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 중과세율 인상폭을 지난해 12·16 대책보다 더 끌어올리기로 했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가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의 경우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해 과세표준 구간별로 1.2%∼6.0% 세율이 적용된다. 당초 0.6%~3.2%를 적용 중이던 세율을 2배 가량 올린 셈이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중과 최고세율인 6.0%를 적용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2년 미만 주택 단기 매매 시 내야 하는 양도세도 대폭 올렸다.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은 기본세율(최대 42%)에서 60%로 인상되고 1년 미만의 경우 현행 40%에서 70%로 대폭 확대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 발표를 통해 1년 미만 보유 주택은 50%,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4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추가로 세율을 20%p 더 높여 양도세 부담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다만 시행시기는 매물 유도를 위해 내년 종부세 부과일(2021년 6월1일)로 유예했다.
다주택자·법인 등에 대한 취득세율도 인상했다. 다주택자와 법인 취득세도 대폭 올려 2주택자의 경우 취득세 부담이 현행 1~3%에서 8%로, 3주택자의 경우 현행 2~3%에서 12%로 높아진다. 4주택 이상자와 법인에도 취득세율 12%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부동산 매매·임대업 법인은 현물출자에 따른 취득세 감면혜택(75%)도 배제하기로 했다.
갖고 있으면 세금부담, 팔려하면 세금폭탄…“세금 안내거나 임대료 올리거나”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를 한꺼번에 대폭 올리면서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 상태다.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부담도 부담이지만 양도세가 높아 팔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시장의 매물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 단순히 ‘매물잠김’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양도세 부담에 버티기에 돌입한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거나 임대시세를 올리는 방법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어 더욱 큰 부작용이 생겨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조세저항과 같은 맥락이고 후자의 경우 애꿎은 서민 피해만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국 서민을 위한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서민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강남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7·10대책 이후 매물잠김 현상과 임대료 전가를 준비하는 반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상록수 공인중개 윤석창 대표(R&R연구소 자문위원)는 “개포동의 경우 7·10 대책으로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매매를 비롯한 전·월세도 매물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초구 등 지역에서도 전·월세 임대료 인상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서초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고 월세를 더 올려 받는 식으로 세금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송파구의 R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매물은 턱없이 부족한데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7·10 대책 이후 집주인들은 반전세 등으로 보유세 부담을 덜면 된다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체결된 전세계약이 파기되고 수개월 뒤의 임대차 계약을 앞당겨 진행하는 등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는 주택 시장 안정화는 커녕 임차시장 불안 현상만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은 당초 정책 목표인 집값 안정화보다는 세수확보에 가까워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의도는 보유세를 높게 올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싼값에 내놓고 이를 무주택자들이 가져가게끔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은 하방 경직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보유세를 높인다 한들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특히 매물이 나온다해도 대출이 막혀 있고 다세대 연립주택 거주자는 실질적으로 1주택자로 평가되기 때문에 막대한 취득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실요자들에게 매물이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책은 세수확대 이외의 결과를 도출하기란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배태용 기자 / 생각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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