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수천억 피해액 걸린 즉시연금 소송 ‘위증’ 논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보험

‘즉시연금 계약위반’ 재판 과정서 설명의무 위반 불완전판매 여부 확인
“꼼꼼히 설명했다” 주장 보험판매원, 알고 보니 피해자들 만난 적 없어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7-29 14:55:06

▲ 보험업계 최대 관심사인 삼성생명 즉시연금 반환 청구 소송 재판에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생명 측이 증인으로 내세운 보험상품 판매인이 원고들 어느 누구에게도 문제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판매인이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 즉 ‘불완전판매’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진은 삼성생명 서초사옥. ⓒ스카이데일리

보험업계 최대 관심사인 삼성생명 즉시연금 반환 청구 소송 재판에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재판의 핵심 쟁점인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 측이 증인으로 내세운 보험 상품 판매인이 원고들 어느 누구에게도 문제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즉, 거짓 증인을 내세운 셈이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판사 이동욱) 심리로 진행된 7차 변론기일 재판에선 해당 상품에 가입했던 가입자와 보험 판매인이 원고와 피고측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신문을 이어 갔다. 당초 오후 3시에 열리기로 했던 이날 재판은 앞선 재판들이 늦게 끝난 탓에 30분가량 늦게 열렸다.

불완전판매 확인 위에 삼성생명 측 내세운 보험판매인, 알고 보니 원고와 상관없는 인물

이날 재판은 판매인이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경우 ‘불완전판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측이 증인으로 내세운 보험판매인은 자신이 원고들에게 여러 회사의 다양한 연금보험 상품을 판매했다며 가입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미리 뽑은 가입설계서 2·3종으로 형광펜으로 미리 중요부분을 칠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생명 상품이 타사보다 조건이 안 좋아 추천하지 않았지만 안정성 때문에 먼저 소진됐다고 했다. 주로 고객들이 무엇을 물어봤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증인은 “고객들이 매달 연금액으로 얼마가 들어오는지와 해약 시 얼마 받는지를 주로 질문했다”고 답변했다.

해당 증인은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계약 체결 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고객 불만이 접수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어 꼼꼼하게 설명했을 것이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데 원고 측의 반대 심문 과정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증인이 원고 중 한 명에게 보험상품을 직접 설명하고 판매한 줄 알았으나 서류상으로만 그랬을 뿐 실제로는 만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부 방청객이 “엄연한 위증이다”는 격양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증인 선서의 효력이 남아있는 당해 재판 중에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위증이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원고 측 변호인이 원고에게 직접 판매했는지 여부를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위증인지 조차 모른 채 넘어갈 수 있는 정황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 삼성생명 측에 수차례에 걸쳐 입장을 요구했으나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벼랑 끝 삼성생명…즉시연금 계약위반 소송 판결 따라 최대 수천억원 지급

원고 측은 보험 가입자 중 한 명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그는 “최저 보증율이 있다며 가입을 권유받았다”며 “가입과정에서 은행의 장소가 협소한 데다 뒤에 대기하는 인원이 많아 설명을 잘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공시이율 곱한 것만 설명을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았고 보험사에서 알아서 계산해서 줄 것이라 생각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시이율이 여러 보험사 중 가장 낮은 편이었던 삼성생명의 상품을 계약한 이유에 대해 “당시 언론을 통해 일본 보험사들의 파산 소식을 접해 생보업계 1위로 가장 신뢰성이 높은 삼성생명을 선택했다”고 증언했다.

이 소송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강모 씨 등 56명이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과 함께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즉시연금이란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그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만기가 됐을 때 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만기형’과 그렇지 않은 ‘종신형’이 존재한다.

소송에서 문제가 제기된 상품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이다. 1억원 이상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이후 적립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연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만기가 되면 처음 납입한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원고 측은 “삼성생명이 당초 계약에 비해 적은 돈을 지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삼성생명이 최대 수천억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입자는 5만5000여명, 피해금액은 약 5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9월 4일 오후 결심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