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시달리는 철강업계, 코로나19에 공급과잉까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제철·기계·에너지

지난해 철강 생산능력 24억톤 육박…수요 급감에 실적 악화 불가피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8-05 15:17:45

지난해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철강 공급과잉 심화가 불가피해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은 23억6250만톤으로 2018년의 23억2840만보다 1.5% 증가했다.

철강 생산 능력이 직전 연도보다 증가한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철강 생산 능력은 2015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2015년 -0.4% 줄어든 철강 생산 능력은 2016년에 -0.4%, 2017년에 -0.7%로 감소했다. 2018년에는 -1.0%나 줄어들며 감소세를 계속 이어갔다.

지난해 지역별 철강 생산 능력은 아시아가 16억480만톤으로 가장 높았다. 유럽은 2억7470만톤, 북미는 1억5260만톤을 생산했다. 독립국가연합(CIS)은 1억4080만톤의 생산 능력을 선보였고 중남미는 7420만톤을 생산했다. 뒤이어 중동의 생산 능력은 6510만톤으로 조사됐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난해 철강 생산 능력이 확대됐다. 아시아는 1.9% 증가했고 유럽은 0.3% 늘었다. CIS는 1.1% 상승했고 중동은 무려 4.5%나 증가했다. 다만 북미에선 -2.5% 감소했다.

향후 철강 생산 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5820만톤의 생산 능력이 확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투자 계획에 따라 2010만톤이 추가로 증가될 수 있다.

이에 업계는 2022년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이 최대 24억4080만톤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철강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서 실제 철강 생산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조강 생산량은 18억4850만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철강 생산 능력의 78.2%에 달하는 수치다. 2018년 18억800만톤과 비교해서도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4000만톤 가량 증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공급과잉으로 일부 철강업체들이 자연적으로 도태되면서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신설비 투자가 이뤄진 철강업체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 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 생산 능력 확대와 그에 따른 실제 생산량 증가로 철강재 공급과잉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 산업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 철강 수요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악재가 줄줄이 겹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철강 수요가 지난해보다 6.4% 줄어든 16억5400만톤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다만 내년에는 코로나 여파에서 벗어나 철강 수요가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내년 철강 수요는 3.8% 늘어난 17억1700만톤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24억톤에 육박한 철강 생산 능력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이러한 전망치는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면서도 “향후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여부에 따라 더욱 심각한 하방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재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철강업계의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수요 절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산 저가 철강재로 인해 조선용 후판 등 가격을 울며 겨자먹기로 인하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철강재마저 공급과잉되면서 철강재 판매 가격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결국 철강업계는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재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면 주요국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지 않다”며 “이에 철강업체들이 기존 설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으나 수요 급감, 원자재 가격 인상, 철강재 판매 가격 하락 등 리스크가 너무 많아 향후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염려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