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 신라젠 주주 운명의 날…오늘(6일) 상장폐지 여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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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전 경영진 배임·횡령, 상폐사유 되는지 여부가 쟁점
신라젠 소액주주, “개선기간 부여시 은성수, 정지원 고소할 것”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8-06 08:44:07

▲ 한국거래소(거래소)가 6일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짓기로 하면서 17만 신라젠 주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들은 거래소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할 경우 사실상의 상장폐지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안현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17만 신라젠 주주들의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오늘(6일) 한국거래소(거래소)가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거래소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할 경우 사실상의 상장폐지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이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신라젠에 대해 상장폐지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심위는 거래소 임원 1명과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된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 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으로 심사 대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기심위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신라젠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지난달 10일 거래소에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기심위 심의·의결 결과 신라젠의 상장적격성이 인정된다고 심의·의결하면 신라젠은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해제되고 내일(7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그러나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해당 개선기간 종료 후 기심위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 결과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상장 전 경영진 범죄혐의 상폐사유 되나

거래소가 5월 신라젠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과정에 대한 배임 혐의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2014년 3월 자기자본 없이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BW를 인수해 191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러한 혐의로 문 전 대표는 지난 5월 구속됐고, 6월 15일에는 신라젠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됐다. 이러한 이유로 신라젠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상장 2년 9개월 전에 벌어진 배임 혐의로 상장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거래소의 과도한 재량권 남용이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장하려는 기업은 직전 3년간 외부 회계감사 자료 등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의 BW 발행을 상장심사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거래소가 당시엔 문제없다고 판단해 상장을 허가해 주고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아 주식 거래정지 조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라젠 소액 주주들로 이뤄진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의 이성호 대표는 “상장 전에 있던 신라젠 대주주의 횡령·배임에 대해 신라젠 대주주의 BW 발행과 관련된 사안을 거래소가 상장허가 심사 시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상장을 허가했다”며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는 이런 절차를 전면 부인하는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법조계 인사도 “우리 민법상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 가운데 금반언의 원칙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라젠 소액주주 거래재개 촉구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신라젠 개인주주들의 KRX 기업심사 위원님께 전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신라젠에 대한 조속한 거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신라젠 주주들은 호소문을 통해 “신라젠 주권 거래정지의 사유가 상장 전인 2013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일어난 혐의다”라며 “거래소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해석과 그로 인한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17만 주주들의 피해를 구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모두 16만8778명에 달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3일부터 신라젠의 재무구조 개선과 계속성을 위해 ‘회사 살리기 200억 투자액 모금운동’을 시작해 개인주주들이 현재 9억 원이 넘는 투자 의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심위 당일인 6일 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래소를 규탄할 예정이다. 신라젠 주주들은 거래소가 개선기간 부여를 결정할 경우 사실상의 상장폐지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만약 개선기간을 부여한다면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을 형사고소함과 동시에 해임촉구 서명운동, 청와대 집회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