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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자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이곳은 서울-부산 간 경부선고속도로, 총 416km 연장선상의 중심점인 추풍령이다. 본보 기자는 지난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준공기념에 맞춰 세워진 휴게소의 ‘준공탑’을 찾았다.
잔뜩 찌푸려 장대비라도 쏟아질 것 만 같은 장마철의 날씨, 탑골공원에 이어지는 바람 한 줄기는 근대사의 영웅들의 통한이었나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이 기자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이곳 추풍령 탑골을 찾은 것은 ‘올해 준공50주년 기념비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이름자가 새겨져 있을 뿐 실제 고속도로를 기획 건설한 주역의 이름자가 빠져있다’는 중앙언론 보도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준공 탑 뒤편에 소재한 50주년 기념비에는 언론보도내용처럼 조국근대화를 위해 고속도로건설을 직접 기획하고 건국 이래 유례가 없었던 토목공사대장정을 진두지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이나 이름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대통령의 치적은 고사하고 이름자마저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목도한 기자는 비문에 새겨놓은 아이러니한 글귀에 대한 반감이 생겼다. 애써 역사를 왜곡하고 지워가는 현장, 이는 곧 이 시대가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이자 민족의 대동맥으로 통하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흙 한 삽을 뜨지 않은 김현미 장관의 이름자가 새겨진 기념비문 전문을 발췌했다.
이 비문에는 당시 토목설계자와 건설업체 역군들의 이름자가 새겨져 있다. 또한 이들의 불굴에 도전정신을 치하하며 그 업적을 후세에 기리고자 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고속도로건설에 참여한 설계자나 공사업체들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상으로 뛰어들어 대장정의 토목공사를 벌였느냐’는 물음에 이르자면 후세에 그들만의 업적을 기린다는 것 자체가 과장된 미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부고속도로 준공탑이 세워져 있는 추풍령휴게소 탑골공원을 찾는 여행객 다수는 50주년 기념비를 세워 현 정부 인사의 생색으로 역사 왜곡하기보다는 오히려 추풍령 노랫말을 새겨 놓았다면 더욱 좋았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19일 오후3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지목된 김부겸 전 장관이 경북 안동에 소재한 도당에서 당대표 출사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본 기자는 “추풍령휴게소에 세워진 ‘경부고속도로 50주년기념비’ 비문에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이나 이름자가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현 정권(당정)이 역사바로세우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지우기를 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김부겸 전임 장관은 답변에서 “50주년 기념비는 한쪽 구석에 세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맞지만 역사를 지운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정부는 독도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의 역사 왜곡사실에 대해 성토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제 나라 역사마저 부정하며 과거사를 지우지 못해 안달하는 인사들이 남의 나라 역사왜곡을 나무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역사 바로 세우기이냐 역사 지우기이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놓고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께 신발짝을 벗어 던지는 게 아니라 국민정치의식이 제기하는 메가톤급물음표를 던진다.
◇ ‘준공50주년 기념비’전문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는 1968년2월1일 착공, 1970년7월7일 준공하여 2년5개월 만에 개통 하였다. 본 고속도로는 5천년 우리역사에 유례없는 대 토목공사이며, 조국근대화에 초석이 되고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국민정신고취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에 본 고속도로 준공 50주년을 기념하여 건설당시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땀과 열정을 쏟아 헌신한 건설역군들을 비롯한 설계 및 건설업체 명을 새겨 후세에 기리고자 한다. 2020년7월7일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이찬희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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