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악재 겹쳐 궁지에 몰린 철강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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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8-07 01:22: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때 심각한 경영 위기에 시달렸던 국내 주력 산업들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제조업의 꽃이라 불리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부품, 화학 업계 등 전후방 산업의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계들과 달리 철강업계는 자동차 업계의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마음 놓고 웃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대폭 줄어든 철강 수요가 좀처럼 반등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데다 지난해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전세계 철강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철강업체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철강재 판매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하게 돼 철강업계의 수익성만 해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은 23억6250만톤으로 2018년의 23억2840만보다 1.5% 증가했다.

철강 생산 능력이 직전 연도보다 증가한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철강 생산 능력은 2015년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2015년 -0.4% 줄어든 철강 생산 능력은 2016년에 -0.4%, 2017년에 -0.7%로 감소했다. 2018년에는 -1.0%나 줄어들며 감소세를 계속 이어갔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난해 철강 생산 능력이 확대됐다. 아시아는 1.9% 증가했고 유럽은 0.3% 늘었다. CIS(독립국가연합)는 1.1% 상승했고 중동은 무려 4.5%나 증가했다. 다만 북미에선 -2.5% 감소했다.

향후 철강 생산 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5820만톤의 생산 능력이 확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투자 계획에 따라 2010만톤이 추가로 증가될 수 있다. 업계는 2022년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이 최대 24억4080만톤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진 공급과잉으로 일부 철강업체들이 자연적으로 도태되면서 전세계 철강 생산 능력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신설비 투자가 이뤄진 철강업체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 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재가 시장에 과잉 공급되고 있는 것과 달리 철강 수요는 회복될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철강 수요가 지난해보다 6.4% 줄어든 16억5400만톤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24억톤에 육박한 철강 생산 능력과 비교하더라도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올해 철강 생산 능력은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 만큼 철강 수요와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강 공급과잉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철강재 판매 가격에 하방 압력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이는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돼 실적 부진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은 예상보다 상당히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10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첫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이익은 66억원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5454억원과 비교해 무려 98.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1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2326억원과 비교해선 94.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기순손실 12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 511억원의 당기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게다가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철강업계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또 일본산 저가 철강재가 대거 수입되면서 조선용 후판 등 가격은 이미 울며 겨자 먹기로 인하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악재가 줄을 이으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국내 철강업계는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벌여 왔으나 수요 급감, 원자재 가격 인상, 철강재 판매 가격 하락 등 리스크가 너무 많아 실적 개선에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지금의 철강업계는 뭘 하더라도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위기가 연이어 닥쳐도 조금이나마 상황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가지기도 전에 악재가 겹겹이 휘몰아치면 개선될 여지를 찾을 수 없어 어느 누구라도 포기하게 된다. 현 상황이 지속되는 데 이어 더욱 악화된다면 국내 철강업계는 언제 포기를 선언할 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 아직 국내 철강업계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반기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하반기 조강 생산량 및 제품 판매량 목표치를 각각 4% 높여 잡았다. 현대제철은 하반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 회복에 힘입어 자동차 강판 물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저수익 부문의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통해 손익을 개선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철강업계에 자체적으로 노력하라고 할 수만은 없다.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기 마련이니까. 이젠 지금껏 철강업계가 펼쳐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경영 위기 극복은 물론 실적 개선을 위해 힘을 북돋워줘야 할 때다. 정부가 철강업계를 위해 유동성 지원, 세금 감면 혜택 등 크고 작은 정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힘이 될 수 있다. 악재 속에서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내 철강업계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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