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지원 선 그은 마힌드라 “투자자 나오면 대주주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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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51% 이하, 외국계 자본 2000억원 당장 갚아야 할 판…유상증자 등 재원 마련 고심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8-11 14:17:08

▲ 11일 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진행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쌍용자동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면 마힌드라의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스카이데일리

지난 6월 쌍용자동차의 경영권 포기 의사를 내비친 바 있는 마힌드라그룹이 결국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마힌드라는 새 투자자가 나오면 쌍용차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출 예정이다.

당장 쌍용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4분기 연속 적자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힌드라가 최대주주를 포기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추가 투자 가능성이 없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몇 달 전부터 신규 투자자를 찾고 있으나 아직 마땅한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대로 새 투자자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진행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다면 마힌드라의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쌍용차에 대한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특정 투자자들과 대화를 진행 중이며 적절한 시점에 신규 투자자의 지위에 대해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현재 마힌드라그룹의 쌍용차 지분은 74.6%다. 해당 지분 가치는 시가총액 기준 2000억원 중반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하면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지분 전체를 사들이기엔 비용 면에서 무리가 따르는 만큼 마힌드라는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는 선에서 신규 투자자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는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올 준비를 벌써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려면 주주 동의가 필요한데 최근 마힌드라는 우편 투표를 통해 주주 승인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마힌드라가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면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쌍용차가 모조리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현재 △ JP모건 900억원 △ BNP파리바 470억원 △ 뱅크오브아메리카(BOA) 300억원 등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린 상태다. 이들 은행은 쌍용차에 대출해 줄 당시 마힌드라가 51%의 지분을 초과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51% 이하로 줄게 되면 쌍용차는 2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바로 갚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쌍용차는 해당 차입금을 당장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극심한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2158억원, 당기순손실 2024억원 등 상당 액수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쌍용차는 올해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가 경영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힌드라는 앞으로 쌍용차에 자금을 더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쌍용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투자 유치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보다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마힌드라는 4월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자키로 한 5000억원 중 2300억원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대신 400억원의 특별 자금만 일시 지원했다. 이후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어떠한 투자도 시행하지 않았다. 이에 산업은행과 국내 여론으로부터 최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토를 듣기도 했다.

쌍용차는 신규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찾겠다는 입장이나 가장 시급한 문제인 유동성 마련에 더욱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신규 투자자가 들어온다면 외국계 은행 차입금에 대한 조건도 새로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쌍용차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마련한 적 있는 만큼 보유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