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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문화재청과 별도로 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있다. 2020년 4월 현재 52개 종목. 보유자 50명, 명예보유자 8명, 보유단체는 13곳을 지정했다. 이 중 이번 칼럼 주제인 전통주와 관련해서는 서울송설주(무형문화재 2호), 삼해주(8호), 향온주(9호) 등 3개 종목에 4명의 기능보유자가 있다.
삼해주의 경우 소주와 약주로 나눠 각각 무형문화재로 지정했지만 지정번호는 같은 8호다. 약주는 권희자 씨가 기능을 보유하고 있고 소주는 김택상 씨가 지정돼 있다. 김택상 기능보유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전통식품명인(69호)으로도 지정된 삼해주 장인이다.
삼해주(三亥酒)는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지역 대표 가양주다. 가양주(家釀酒)란 집에서 빚은 술이란 의미다. 정월 첫 해일(亥日, 돼지날)에 시작해 매월 해일마다 세 번에 걸쳐 빚는다고 해서 삼해주란 이름이 붙었다. 삼해주는 특정 브랜드 명이 아니다.
삼해소주 김택상 명인이 명맥 이어가
필자는 우리쌀과 관련된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해주가 생각나 김 명인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5일 삼해소주가를 찾았다. 그와는 지난 2017년 강연과 소줏고리 증류 시연회에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김 명인을 찾기 전에 그의 집안에서 삼해주를 어떻게 대대로 이어 왔는지 나름 공부를 하고 갔다. 김 명인이 삼해주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정리해 본다.
김 명인은 충남 보령군 남포에서 6형제 중 3남으로 출생했다. 조모를 모시고 모친은 삼해주를 빚고 부친은 양조업을 했다. 6형제 모두 서울서 대학 교육을 시킬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고 경제적으로 유복한 집안이었다. 삼해주는 김 명인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술이다.
술을 만드는 부모 일손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술 빚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히며 성장했다. 중학교 진학을 위해 형제들이 거주하는 서울 노량진으로 오게 됐다. 모친인 이동복 여사(삼해주 명예기능보유자)도 아들들 뒷바라지를 위해 상경했고 서울에서 삼해주 빚기를 이어갔다.
대부분의 가양주가 그렇듯 삼해주도 집안 며느리를 통해 제법이 전해졌다. 그러나 1980년대 말 김 명인 집안 삼해주는 며느리로 전수되지 못했다. 대신 김 명인이 이어받았다. 이에 대해 김 명인은 2015년 한 구술 인터뷰에서 “양조장에서는 아버지를 비롯해서 대부분 남자들이 일을 합니다. 많은 양을 빚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쓰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러고 보면 형수님들이 아닌 힘 잘 쓰는 남자인 제가 물려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되짚어보면 며느리들의 전수가 여의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말 이동복 여사의 삼해주를 계승하려는 며느리가 없어 전승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김 명인이 자원한 것이다. 1993년에 삼해주가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이동복 여사는 삼해주(소주) 기능보유자, 김 명인은 전수장학생이 됐다.
이때까지만도 김 명인은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했지만 결국 그만두고 삼해주 전승에 몰두하게 된다. 그 결과 2003년 4월 정식으로 삼해주(소주)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삼해주 보급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친다.
북촌에 있는 삼해주 공방 ‘삼해소주가’
북촌에 한옥을 임대해 공방을 운영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삼해주 시음과 체험행사를 열었다. 또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해 일반인들이 가양주를 쉽게 접하고 만들 수 있게 했다. 김 명인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기능보유자로 지정됐고 이동복 여사는 명예기능보유자로 올라선다.
삼해주는 정월 첫 해일에 밑술을 만들고 12일이나 매월 초 돌아오는 해일에 덧술을 3번 담가 삼해주라 했다. 봄철에 마시는 술이라 춘주 또는 삼양주라 부르기도 했다. 삼해주는 여러 문헌을 통해 고려시대부터 제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궁에서 행사나 의식 때 사용한 것을 사대부 집안 가양주로 전파됐다. 다른 곡주에 비해 변하지 않아 조선시대에는 일반 서민들도 널리 빚어 마셨다고 한다.
삼해주는 지방보다 서울에서 더 활성화돼서 결국 서울 술로 자리 잡았다. 쌀을 3차까지 덧술을 하는 데 막대한 양의 쌀이 필요함에 따라 값이 비싸서 지방보다는 서울 사대부 위주로 인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성을 갖는 이유가 금전적 이유 때문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는 술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술과 함께 식사를 하는 반주문화와 주안상 문화가 발달했다. 주안상은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한 상차림이다. 탁주, 청주, 소주 등과 함께 전골이나 찌개 같은 국물이 있는 뜨거운 음식과 회, 편육, 전유어, 김치를 술안주로 냈다. 술의 종류에 따라 음식의 조미를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안주란 한자로 ‘安酒’로 표기해 술을 마실 때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안상은 술과 그 술에 적합한 안주로 구성하는 데 모두 계절성을 담고 있다. 주례(酒禮), 주법(酒法)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술을 존중했고 좋은 술이 많았다. 손님에게 주안상을 차려 대접하는 것이 예의였고 집집마다 주안상 차림 범절을 중히 여겼다.
세시풍속과 제철음식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술을 빚었다. 삼해주·소국주·이화주·두견주 등은 봄철에 좋은 술이다. 여름철에는 가양청주에 소주를 섞어 빚은 과하주·창포주, 햅쌀로 빚은 신도주·국화주·구기자주, 이른 가을에는 일일주·삼일주 등을 즐겼다고 한다.
삼해주와 최고 마리아주 안주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세시풍속과 관련해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 가양주에는 탕, 묵, 편육 등을 안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리술 4종과 어울리는 안주 6가지를 선정해 최적의 마리아주 조합을 찾았다. 삼해주는 아니지만 같은 삼양주인 소곡주를 놓고 실험했다. 안주는 김치찌개, 도토리무침, 떡갈비, 사태편육, 버섯전골, 해물파전 6가지였다.
실험결과 소곡주와는 김치찌개, 떡갈비, 도토리묵무침과 사태편육, 해물파전, 버섯전골 순으로 조화도가 좋았다. 연구자는 “소곡주와 버섯전골을 함께 먹으면 외관과 향이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물론 삼해주와 소곡주는 향미가 다르기 때문에 음식과 조화도 다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 연구조사에서는 전문가 집단 설문을 통해 식재료별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를 선정한 결과 육류는 육전, 어류 오징어 초무침과 맑은 조개탕, 곡류에서는 꿀떡, 과일류에서는 건자두, 채소류에는 새송이 구이, 유제품에는 대체적으로 치즈, 견과류는 피스타치오, 기타류에는 꿀과 초콜릿 케이크가 선정됐다.
또 한 조사에서는 전통주에 어울리는 안주는 탁주류에는 전, 김치류, 청주와 약주류는 전, 찜류, 증류주류에는 국물이 있는 찌개, 탕류가 어울린다는 답을 얻었다. 종합해 보면 많은 사람들은 삼해소주와 같은 증류주에는 김치찌개, 조개탕 같은 국물 있는 탕류가 가장 잘 어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도 삼해소주를 한병 구입해 왔는데 김치찌개와 합을 맞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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