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에 담긴 백제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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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에 담긴 백제인의 추억

아스카는 백제인의 정착지로 우리말 ‘아침’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08-23 19:42:29

일본에는 아스카 마을이 두 개 있다. 오사카부 하비키노(羽曳野)시와 나라현 사쿠라이(櫻井)시에 각각 소재한다. 오사카부의 아스카를 ‘가까운(치카츠) 아스카’라 하고 나라현의 아스카를 ‘먼 아스카’라 칭한다. 그런데 한자표기가 다르다. 오사카부의 아스카는 ‘비조(飛鳥)’, 나라현의 아스카는 ‘명일향(明日香)’이다. 두 한자음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아스카는 ‘날이 샐 무렵’ 우리말 ‘아침’

『일본서기』는 아스카를 ‘아수개(阿須箇)’로 표기하는데 원래는 ‘안숙(安宿-편안히 잠 잘 곳)’을 썼다고 한다. 한반도를 떠나 멀고 먼 타지에 도착한 도래인이 편안히 잠잘 곳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아스카는 ‘날이 샐 무렵’의 뜻을 가진 토착어이다. 처음 가와치지방(오사카부 하비키노시)에 도착한 백제인들은 한자음을 빌어 ‘날(日)’을 가리키는 ‘飛(날 비)’자와 ‘샌다’는 말의 ‘鳥(새 조)’자를 쓴 것이고, 이후 나라지방(나라현 사쿠라이시)에 도착한 백제인들은 한자의 멋을 살려 ‘명일향(明日香)’, 즉 ‘날(日)이 밝아(明) 옴’을 쓴 것이다. 한국식(백제식)의 비조나 중국식(대륙식)의 명일향이나 둘 다 ‘아스카(あすか)’로 읽는다.

아스카는 우리말 ‘아침’과 같다. 멀고 먼 타지에 도착하여 첫 날 밤을 보내고 새날 아침을 맞이하는 백제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보다 문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먼저 떠오르지 않았을까? 눈에 보이는 아스카의 아침 풍광은 고향 백제의 어느 마을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왼쪽부터 관음총(곤지왕 후손), 아스카마을 아침풍광, 석무대(소가노우마코) 모습. [사진=필자제공]

아스카는 백제인의 정착지

오사카부 아스카(飛鳥)는 5세기 백제와 야마토를 오가며 족적을 남긴 백제 곤지왕과 관련이 깊다. 곤지왕을 제신으로 모시는 아스카베(飛鳥戶) 신사가 오사카 남부 하비키노시 아스카마을에 있다. 이 지역은 곤지왕과 그의 일족이 야마토 왕실로부터 하사받은 영지이다. 신사 안내판은 곤지왕을 ‘비조대신(飛鳥大神)’, 즉 ‘아스카의 큰 신’으로 기록하고 있다.

나라현 아스카(明日香)는 백제(한국) 문물을 적극 도입해 야마토의 제반체제를 혁신하고 개화시킨 6세기 아스카시대(592~710)와 관련된다. 백제출신 목협만치(소아만치)의 후손인 소가(蘇我)씨를 중심으로 불교문화를 꽃피운 장소다.

소가씨는 이나매(稻目)→우마코(馬子)→에미시(蝦夷)→이루카(入鹿)로 이어지는 4대가 백여년 동안 일본(야마토) 정계를 좌지우지한다. 고려시대 우봉 최씨가문(최충현→최우→최항→최의)의 60년 무신정권시대와 유사하다.

아스카의 어감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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