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유리천장’ 여전, 계열사 여성임원 비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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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기준 7개 계열사 임원 434명 중 여성임원 26명 불과
여성임원 대다수 미등기…신동빈 여성임원 육성의지 무색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07 14:31:38

▲ 롯데그룹 내 ‘유리천장’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7년 롯데그룹 여성임원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 인재가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유리천장’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성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되는 발언이다. 다만 신 회장 발언 이후 3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롯데그룹 내 ‘유리천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기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7곳의 등기임원, 미등기임원 등 임원은 총 434명이다. 이중 여성임원의 수는 26명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5.99%로 6%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있는 여성임원들도 그룹 내 핵심요직과는 거리가 먼 곳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2분기 공시 기준 롯데지주 임원 현황을 들여다보면 등기임원 9명, 미등기임원 25명 등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다. 34인의 임원 중 여성임원은 2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미등기임원이다.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유사한 직함을 갖고 경영에 관여할 수 있지만 법률상 임원은 아니다. 또 미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기업의 장기적인 계획이나 굵직한 경영방침 등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직접적인 의사전달이 어렵다는 얘기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간 지주사격 역할을 수행하는 롯데쇼핑은 등기임원 9명, 미등기임원 97명 등으로 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이 중 여성임원은 10명이다. 등기임원 1인, 미등기임원 9인 등이다.

여성 등기임원의 존재에 눈길이 쏠리지만 해당 임원은 사외이사직(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을 수행하고 있다. 회사의 직접적인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또 사외이사인 만큼 내부 승진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 롯데그룹 여성 직원들의 ‘좋은 본보기’ 사례와 거리가 멀다는 한계도 남는다.

호텔롯데는 11명의 등기임원과 59명의 등기임원 등 총 70인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다. 이 중 여성임원은 5명이다.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두 곳엔 9명의 등기임원과 36명의 미등기임원이 각각 존재한다. 두 곳 역시 남성 임원에 비해 여성 임원 수가 현격히 적다. 롯데제과의 경우 45명의 임원진 중 여성임원이 1명에 불과하다. 미등기임원이다. 롯데칠성음료엔 등기임원 1인, 미등기임원 3인 등 총 4명의 여성임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중 등기임원 1인은 사외이사(감사위원)다.

등기임원 7인, 미등기임원 16인 등 총 23명의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는 롯데푸드에서 여성임원은 1명만 존재한다. 미등기임원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11명의 등기임원과 100명의 미등기임원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있다. 이 중 여성임원은 3명이다. 등기임원 1인, 미등기임원 2인 등인데 이곳 여성 등기임원 역시 사외이사(감사위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들여다 봤을 때 롯데그룹은 아직 신동빈 회장의 의지를 적극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찍이 신 회장은 여성인재를 육성하고 여성임원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늘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여성임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 인재들이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롯데그룹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신 회장은 지난 수년간 임원인사 등에서 여성임원을 발탁하고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등 여성임원 비중을 늘리는 데 꾸준히 힘써온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주요 계열사 임원 현황을 들여다봤을 때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강조한 여성임원 비중 30% 목표달성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존재하는 여성임원도 그룹 내 요직과는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는 롯데그룹 내 여성 CEO가 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으로도 이어진다. 롯데그룹의 여성인재 육성 목표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셈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