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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을 제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러시아의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습니다. 왜 미국은 이 공사를 방해할까요?
얼마 전 유럽은 수소 경제규모를 2030년까지 1400억 유로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이후 유럽 중에서 특히 독일은 신재생 에너지에 올인 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풍력, 태양광,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용량을 키워왔죠.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은 바로 일정하게 발전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력, 원자력은 전기를 밤낮으로 발전을 할 수 있고 이것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풍력, 태양광 등은 이렇게 안정적으로 발전을 할 수 없습니다. 비 오는 날은 태양광이 안 되고 밤에도 안 되며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을 못합니다. 그런데 햇볕이 좋은 날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오히려 발전이 너무 되서 전기가 남아 돕니다. 이렇게 발전이 들쭉날쭉 하다보니 버리는 전기가 너무 많았던 겁니다.
따라서 이렇게 버리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은 쉽게 생각하면 ESS입니다.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장치(배터리 등)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여 사용하게 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ESS를 가지고 태양광 발전을 할 때 저장을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ESS라는 것이 저장이 잘되는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해서 1년 후 혹은 10년 후에도 배터리가 잘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발전한 곳과 전기를 쓰는 곳이 다를 수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어디가 잘 되는가요? 사막과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정작 전기가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요? 서울과 같은 대도시죠. 따라서 발전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송전선을 깔면 태양광이나 풍력은 송전을 하다가 전기가 다 사라져버립니다. 그래서 발전하는 곳에서 소비하는 곳으로 이동이 필요합니다.
석유의 시대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석유는 기름을 받아서 뚜껑만 닫아 놓으면 백년이고 천년이고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인 이동과 저장을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수소입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됩니다. 이것을 사막기후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분해를 해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를 하고 수소를 저장하거나 옮기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 되는 겁니다.
유럽이 그렇다면 왜 2030년까지 수소 경제에 1400억유로를 쏟아 붓겠다고 했을까요? 바로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어서 전기를 대체 하겠다는거죠. 네덜란드는 수력이나 풍력으로 많은 전기를 뽑아내지만 많이 쓰는 곳은 프랑스, 독일과 같은 공업국가 일 수 있습니다. 즉 이동과 저장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유럽은 지금 전기차가 아닌 수소경제를 밀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유럽의 자동차는 내연기관에 특화 되어 있죠. 배터리는 한국, 일본, 중국이 선두주자이고 유럽에서는 눈에 띄는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모터는 일본이 꽉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전기차로 갔을 경우 유럽은 지금까지 100년간의 내연기관에서의 자동차 전성시대가 친환경차로 가면서 완전히 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소차는 내연기관과 어느정도 흡사합니다. 그래서 수소차로 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수소차의 장점은 트럭과 같은 큰 차들에 발휘됩니다. 이런 차들은 수소차가 아니면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이 너무 커져서 물건을 실을 적재함이 작아집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충전시간 때문에 단거리는 문제없지만 장거리는 아직 힘들죠. 따라서 유럽에서는 앞으로 친환경 기술표준으로 수소와 전기를 택할 수 있고 이것을 무역장벽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2를 방해할까요? 천연가스는 독일에서도 재생에너지가 부족할 때 쓰려고 하는 에너지입니다. 천연가스는 LNG방식 즉 파이프라인에 천연가스를 밀어내는 방식이 가장 저렴합니다. 따라서 독일은 핵발전소가 아닌 발전방식으로는 LNG 방식을 가장 저렴하게 쓸 수 있습니다. 독일은 제조업 국가입니다. 따라서 많은 전력이 필요하죠.
그런데 지금 잘 생각해보면 석유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역사의 변곡점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이것이 달러의 패권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달러를 무제한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닉슨쇼크 이후 달러의 가치 추락을 막아 줬던 것이 무엇인가요? 페트로 달러 시스템 아닌가요? ‘페트로 달러(Petro Dollar)’란 석유에 대한 주된 결제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을 상징하는 용어입니다.
국제 원유는 오로지 달러로만 거래되는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함께 구축한 ‘페트로 달러’ 체제 때문입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지정학적 이유와 달러 확보를 위해 오로지 달러로만 원유를 결제받기로 했고 덕분에 미국은 무려 40년간 원자재 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시장에서 달러 패권을 누렸습니다. 미국의 국무장관 키신저가 사우디 왕가를 보호해주면서 얻어낸 패권입니다.
그런데 석유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가 옮겨가면 페트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달러는 국제결제통화에서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됩니다. 그런데 가장 천연가스가 많이 나는 러시아와 강력한 제조업 국가인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동맹을 한다면 미국은 완전 닭 쫓던 개 되는 거죠.
왜 천연가스가 신재생에너지가 되는 걸까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도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주로 천연가스가 사용됩니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곧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들여와서 수소를 만들면 석유시대 이후 미국의 에너지 패권은 러시아가 가져간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도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드스트림2처럼 천연가스를 받아온다는 얘기가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그러니 미국이 가만 있을리가 없는 겁니다. 미 국무부는 2017년 만든 적대세력 대응제재법(CAATSA)을 수정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법 제정 당시에는 과거 노드스트림2 등에 투자한 기업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이 같은 예외를 없앨 방침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2015년 노드스트림 사업 출범 때 투자한 로열더치셸, 우니퍼, 뷘터살 등 유럽 에너지 대기업이 제재 명단에 오를 수 있습니다. 독일 기업협회는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 유럽 12개국 120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노드스트림2는 93% 공정을 마쳤으나 돌연 중단되었습니다. 미국이 스위스 민간기업 올시즈를 제재한다고 하자 공사를 중단한 거죠. 미국으로서는 노드스트림2가 에너지뿐 아니라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일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할 겁니다. 단순히 러시아의 유럽 간섭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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