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청년일자리, 땜질 처방은 백해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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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10 00:02:03

최근 청년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져 가고 있다. 이달 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74.2%는 올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청년 고용시장은 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고용여력 위축과 고용경직성으로 인한 신규채용 유인 부족이 겹쳐지면서,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최악의 취업 빙하기를 맞이해 이른바 ‘구직 단념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조사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이중 20대가 19만5000명으로 33.7%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들이 취업시장 한파를 더 혹독하게 맞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쇼크에도 정부는 낙관론을 펼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 통계가 발표된 다음날 자신의 SNS에 “5월부터 고용 상황이 매달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마치 일부 통계 수치를 전체 고용 실상인 것처럼 왜곡하면서 경제 상황을 호도하고 스스로 자화자찬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젊은이들의 고통을 경감해주는커녕 당장 자신들의 지지율에 눈이 멀어 고용지표 분식을 위해 노인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에 그치는 수준이나 다름없다. 대표적으로 산불재난 특수 진화대, 하천 쓰레기 수거 사업, 교통안전 지킴이 등인데 이는 침체된 고용시장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하반기 청년 고용시장이 ‘악화일로’에 빠져들면서 청년들은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상황이다. 취업절벽의 가장 큰 이유로는 극심한 실물경제 부진 및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 마비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이 빈번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부터 줄곧 고집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런 현상을 가져온 원인의 상당 부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 친노동정책은 오히려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초래하는 ‘자충수’로 작용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일자리 문제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는 데 정부는 들은 체 만 체 해결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들의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정부는 5년 간 총 16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뉴딜이라는 명분과 달리 소득주도성장에 기대는 정책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역성장한 상황에서 단순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의 세금 퍼붓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다양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청년들의 구직 희망은 몽상에 가까워졌다. 정부에서는 다양한 일자리 정책과 청년지원 정책 등을 테이블에 내놓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기업이 투자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의 우선과제다. 기업이 활발해야 고용규모는 자연스럽게 증대된다. 단순히 세금지원이나 땜질 처방과 같은 정책은 백해무익이다. 이번 코로나 국난으로 청년 일자리가 ‘시계제로’에 빠진만큼 정부의 실효성 있고 슬기로운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